일교차 큰 환절기 돌연사 늘어… 가슴통증은 ‘위험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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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심혈관질환 주의
일교차 10도 넘으면 심장에 무리… 스트레스, 미세먼지도 발병요인
음식 싱겁게 먹고 금연-금주, 걷기, 자건거 타기, 수영 등 도움
심정지 땐 발생 후 5분 이내에 자동제세동기 적극 사용해야

추위가 일찍 찾아왔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가 하면, 한낮에는 온도가 쑥 올라가 하루 동안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있는 것 같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몸도 힘들다.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특히 환절기에는 심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유독 많아진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면 심장과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4%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온 내려가면 혈관 좁아져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숨이 차거나 갑작스러운 가슴 두근거림,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평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이 있다면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진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혈관이 쪼그라들고 심장과 혈관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성환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환절기에는 심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며 “갑자기 변하는 외부 온도에 인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은 심장에서 적절한 혈액을 공급받아 영양분과 산소를 얻는다. 이렇게 혈액을 몸 구석구석에 보내주는 심장 역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혈액을 공급받아야 한다. 심장에 혈액을 실어 나르는 혈관을 ‘심장동맥(관상동맥)’이라고 한다. 심장동맥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장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에 혈액 공급도 막힌다. 환절기에는 혈관이 수축해 급성 심장동맥질환자도 생긴다.

가슴 쥐어짜듯 아프면 협심증, 심근경색 의심

심장동맥이 좁아지면 심장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협심증이 생긴다. 협심증은 가슴 압박감이나 ‘가슴을 쥐어짠다’고 표현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목과 어깨까지 통증이 번지기도 한다. 가슴 통증이 10∼20분 내 회복되는 증상이 반복되고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가슴이 아프다면 협심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좁아진 혈관을 평소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세포와 조직, 근육에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심근경색으로 악화될 수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에서 자주 발병하며 증상이 짧게는 30초, 길게는 30분간 이어진다. 잠을 자다가 발생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심장리듬 어긋나면 부정맥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뛴다. 이 리듬이 어긋나면 부정맥 진단을 한다. 심장에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주는 것은 전기신호를 만드는 조직과 이 신호를 심근 세포에 전달해주는 조직이 맡고 있다. 그런데 전기 신호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신호 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심장 박동이 정상보다 빨라지거나 늦어진다. 이렇게 전기 흐름에 문제가 생겨 원래 신호 대신 엉뚱한 전기 신호가 나오는 것이 부정맥이다.

맥박은 1분에 60∼100회 정도 뛴다. 이보다 느리면 서맥성 부정맥, 빠르면 빈맥성 부정맥으로 진단한다.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빈맥은 대부분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으면 안정된다. 반면 서맥은 심장이 느리게 뛰어 기운이 없고 걸을 때 숨차거나 심장이 몇 초씩 멈추면서 어지럽고 정신까지 잃을 수 있다. 서맥은 호흡이 곤란해지므로 빠른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심방세동 같은 악성 부정맥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면서 심장 박동이나 맥박에 이상이 생기면 왼쪽 손목의 맥을 짚어 1분당 맥박 수를 체크해봐야 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자주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환절기가 되면 심정지에 의한 돌연사 비율도 증가한다. 심정지는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것으로 부정맥이 한 원인이다. 심정지 환자는 뇌와 장기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병 후 4분 이내에 치료받지 못하면 숨진다. 극적으로 살아남아도 뇌에 심한 후유증을 남긴다.

부정맥은 원인과 증상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유일한 예방법은 자주 병원을 찾아 진단과 검사를 받는 것뿐이다. 황교승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한부정맥학회 홍보이사)는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평소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고 이상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부전, 심장질환의 종착역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몸에 피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병이다. 심부전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다른 질환이 심장을 해쳐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생긴다. 심부전은 고혈압, 당뇨병 등 심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에 걸리면 마지막 단계에 필연적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라고도 불린다.

심부전이 생기면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하는 탓에 호흡곤란이 먼저 찾아온다. 초기에는 가벼운 운동 뒤에 호흡이 힘들어지는 정도지만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쁘고 쉬어도 계속 피로해진다. 자다가 갑자기 숨이 차 깨기도 한다. 다리와 발목이 붓는다면 위험신호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오랫동안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이 고위험군이다.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1.5%(75만 명)로 추정되고 있다. 2040년에는 환자가 2배 늘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하루 20∼30분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과 같은 유산소운동이 좋다. 당분이나 나트륨, 포화지방의 섭취는 줄여야 한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 질환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는 독감이나 폐렴에 걸리면 심장에 더 큰 부담을 주므로 폐렴백신과 독감백신 접종은 꼭 받는 게 좋다.

외출 시 보온에 각별히 신경 써야

올겨울에도 미세먼지 수치가 높을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늦가을과 겨울에는 이동성고기압이나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유입된다. 국내 대기가 정체되는 데다가 들어온 미세먼지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이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원인의 변화를 20여 년 동안 분석할 결과 폐암과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했다. 미국심장협회·뇌졸중협회(AHA·ASA)가 공동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되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68% 상승했다. 이는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호흡기질환 사망 위험이 12% 높아진다는 결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일단 급성 심정지가 오면 생존 퇴원율은 5∼10% 미만에 불과하다. 낮은 생존율을 고려할 때 심혈관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다. 심혈관질환 환자들은 특히 환절기 옷차림에 신경 써야한다. 외출할 때는 두툼한 외투를 챙겨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필요하면 장갑이나 모자도 착용한다.

보건복지부가 권고하는 심혈관질환 예방수칙에 따르면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되 채소와 생선은 충분히 섭취하고 금연·금주해야 한다. 걷기, 자건거 타기, 수영 등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하고 취미활동과 충분한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가슴통증, 두근거림, 호흡곤란, 무력감 등 심정지 위험증상이 느껴지면 그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제세동기

심정지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매년 3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심정지는 발생 후 5분 이내에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뇌에 심각한 후유 장애를 남기거나 사망한다. 따라서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의 응급처치가 환자 예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인 인프라 구축과 노력으로 현재 공공기관·공항·철도역과 다중이용시설에 자동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김영훈 대한부정맥학회 회장은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로 응급처치를 한 경우 생존률이 6배 이상 차이 난다”며 “심정지 발생의 60% 이상이 공공장소가 아닌 집에서 발생하는 만큼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해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쓰러진 환자가 심장이 아닌 뇌에 문제가 있다면 자동제세동기는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필요한 전기충격으로 환자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김 회장은 “자동제세동기는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사람도 안전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며 “심정지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응급처치인 만큼 환자를 발견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1. 전원 켜기
자동제세동기의 전원을 켠다. 전원이 들어오면 음성에 따라 시행 준비를 한다.

2. 패드 부착
상체를 노출시킨 후 우측 쇄골 아래쪽에 패드를 붙인다. 또 다른 패드는 좌측 유두 바깥쪽 아래 겨드랑이 중앙선에 부착한다. 패드 표면에 부착할 위치가 어디인지 그림으로 표시돼 있다.

3. 심장리듬 분석
패드에 연결된 선을 기계에 꽂으면 자동으로 심장리듬을 분석한다. 이때 심장 분석에 오류가 나지 않도록 환자에게서 떨어진다.

4. 전기충격
심장 충격이 필요하다면 기계가 자동으로 충전하며 충전 전후 제세동 버튼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환자와 떨어지도록 다시 주의를 준다. 제세동 버튼을 누르면 환자에게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5. 반복
전기 충격이 필요 없거나 전기 충격을 하고 나서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기계는 2분마다 심장리듬을 분석한다. 심폐소생술 도중에 기계에서 음성 지시가 나오면 지시에 따라서 위의 절차를 반복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제세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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