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야생동물 질병 관리 전담기구 내년 출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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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질본’ 광주청사 10월 준공

인간에게 질병을 전파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물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별도의 정부 조직이 생긴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다음 달 광주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본부(이하 야생질본)’ 건물이 준공된다. 야생질본은 올해 안에 조직과 내부 설비를 갖춘 뒤 내년에 정식 출범한다.

이는 인간과 가축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어 야생동물 관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나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치명적인 질병은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변이돼 발생했다.

또 이런 질병을 유발하는 야생동물을 관리하려면 국제적 공조가 중요한 만큼 전담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 2016년 철새에서 2개 유형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검출된 이후 국경을 넘나드는 야생조류 관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진 게 대표적 사례다. 올해 세계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자 유럽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로 꼽히는 야생멧돼지의 국경 이동을 막기 위해 펜스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사람은 ‘질병관리본부’가, 가축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담당하지만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별도 조직은 없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의 생물안전연구팀이 야생동물 관련 업무를 간접 지원하고 있지만 팀장을 포함해 17명이 전부여서 국내 야생동물을 관리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정원화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사실상 모든 인원이 AI에 매달려 있어 다른 야생동물은 사각지대에 있다”며 “중국 등 주변국과의 국제 공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생질본이 출범하면 철새나 멧돼지 등 감염병의 주요 매개체가 되는 야생동물에 대한 사전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현재 조류나 멧돼지 위주로 진행하는 표적 감시(포획, 배설물 채취)를 40종의 질병을 유발하는 야생동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야생동물 질병 관리 전담기구#야생질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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