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송인성 교수 “비선진료로 무너진 靑 의료체계, 정상으로 되돌려놓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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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주치의 송인성 교수 인터뷰

“동네 단골 의사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을 철저히 돌보고 무너진 청와대 의료 체계를 정상으로 되돌리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주치의로 내정된 송인성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71·사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농단’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전 정부에서 없어졌던 한방주치의 자리를 되살리고 김성수 경희대 한방병원장(65)을 내정했다. 송 교수와 김 원장은 6월 말 미국 순방에 동행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2003∼2008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주치의로 활동할 때부터 문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그를 20년 이상 봐 온 한 대학교수는 “송 교수는 이번에 주치의 제의를 받은 뒤에도 영광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토로했다”며 “하지만 (의료 농단으로) 무너진 청와대 의료 체계를 정립하는 데에는 송 교수가 적임이라고 제자들이 조언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적어도 2주에 한 번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과 가족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식단과 혈압을 체크하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진료할 계획이다. 그는 “(비선 진료를 막기 위해) ‘FM(Field Manual·정석)’대로 하지 않으면 ‘감방’에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의무실과 군의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선 “규칙대로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의무실을 손보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은 심리적 압박이 심한 자리인 점을 감안해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의도 둔다. 박 전 대통령 땐 주치의였던 이병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61)이 자문단에 정신건강의학과를 포함시켰지만 청와대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자문의는 진료과별로 총 25명이다. 서울대 의대와 치대 교수 위주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송 교수는 “대통령을 진료하지 않는 날엔 현재처럼 주 1회 분당서울대병원에 출근해 환자를 돌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4년 3월 정년퇴임한 후에도 격주 화요일 내시경 콘퍼런스를 주도하고 신약 개발 아이디어를 내는 등 왕성히 연구·교육 활동을 해왔다. 한 동료 교수는 “불시에 송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해도 항상 전문서적이나 학회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퇴임 당시엔 선물은커녕 퇴임식 행사까지 고사하고 제자들의 편지글을 모은 CD만 받았다.

그는 매년 두 차례 서울 중구의 중국집 동화반점에서 제자 30∼40명과 만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송 교수는 모임이 끝난 후엔 그 자리에서 제자들이 털어놓았던 고민을 일일이 언급하며 e메일을 써줬다고 한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제자의 자녀들까지 만나 인생 상담을 해줄 정도로 정이 많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주치의를 두 차례 맡은 사례는 송 교수가 처음이다. 김승현 박사(1911∼1993)가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을 연이어 보살폈지만 당시엔 주치의 제도가 없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최규하 전 대통령까지 맡을 뻔했던 민헌기 서울대 명예교수(89)는 위촉될 새도 없이 12·12쿠데타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신임 한방주치의인 김 원장은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장과 경희대 한방병원 진료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진한 기자 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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