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알코올과 카페인… 인간이 사랑한 마실 것의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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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원숭이/로버트 더들리 지음·김홍표 옮김/256쪽·1만5000원·궁리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루스 볼 지음·김승욱 옮김/176쪽·2만1000원·루아크

‘마신다’는 것이 수분 섭취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음료란 친목과 사교의 핵심 요소이며, 알코올과 카페인이라는 중독성 물질이 이에 개입된다. 여기서 여러 문제가 비롯되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람은 무슨 이유로 ‘마셔댈’까? 갖가지 향과 색으로 장식한 음료들은 어떤 역사를 갖고 있을까?

‘술 취한 원숭이’ 저자는 ‘어떤 이점 때문에 인간이 알코올을 찾게 되었을까’라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논지를 펼쳐 나간다. 과일이 주식이던 시절, 영장류는 잘 익은 과일을 찾아 나무 사이를 누볐다. 농익어서 발효가 시작된 과일은 알코올 냄새를 사방에 풍기는데, 이는 적당히 익은 과일보다 더 분명한 ‘표지’가 된다. 알코올 냄새를 따라가면 높은 열량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알코올에 탐닉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인간은 선택적인 발효를 통해 술을 제조하고, 심지어 증류를 통해 그 농도를 높인다. 이는 생각보다 오래된 행위일지 모른다. 중국에서는 원숭이들이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 바위틈에 과일을 숨겨놓는 행동이 보고됐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나무 사이를 누비던 때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이제 진화적으로 알코올의 부작용이 이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의 강제적인 규제는 역사상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저자는 강조한다.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는 논의의 대상인 ‘음료’를 주류에 국한하지 않고 커피와 차(茶)까지로 넓힌다. 그 대신 저자가 다루는 역사는 영국이라는 지역으로 한정된다. 술을 매개로 상업 활성화에 기여한 중세의 ‘여관’, 예술가와 정치가들의 인맥 풀을 형성한 ‘와인바’, 여성 참정권 운동의 중심이 된 근대의 티 하우스 등을 소개하며 음료가 영국 사회에 끼친 역할을 꼼꼼히 조감한다. 150여 장의 컬러 일러스트가 시각적으로 풍성한 재미를 준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술 취한 원숭이#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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