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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예고살인 vs 악연… 히가시노가 낸 두 개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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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예고살인 vs 악연… 히가시노가 낸 두 개의 수수께끼

정양환 기자 입력 2018-09-08 03:00수정 2018-09-08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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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나이트/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양윤옥 옮김/556쪽·1만4800원·현대문학
◇살인의 문 1, 2/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이혁재 옮김/364쪽, 352쪽·각 1만4800원·재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러 면에서 놀랍다. 기계나 자판기도 아니고. 작품을 쏟아내는 속도도 엄청나지만, 품질도 딱히 떨어지질 않는다. 물론 불만이 없을 순 없겠지만,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와 ‘살인의 문’ 역시 읽는 맛이 근사하다. 이쯤 되면 괜한 질투도 사치인 듯. 게티이미지뱅크
히가시노 vs 히가시노.

마침 두 책이 하루 간격으로 출간돼 하는 얘기만은 아니다. 꽤 오랫동안 국내 일본문학의 인기는 이런 구도였다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무라카미 하루키 등 쟁쟁한 작가들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히가시노가 쌓은 성벽은 그만큼 압도적이다.

출판사들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비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60여 종. 특히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용의자 X의 헌신’이 큰 반향을 일으킨 뒤 10년 넘게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최근 100만 부를 넘어선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이 아니어도 “제일 실적이 떨어지는 작품도 3만 부 이상은 나간다”고 한다.

자, 그럼 또다시 최소 3만 부는 팔릴 이 두 작품은 어떤 내용일까. 미리 얘기하면 둘 다 정통 ‘히가시노 스타일’은 아니다. 팬들은 알겠지만, 원래 저자는 자기만의 독특한 추리소설 작법을 지녔다. 사건도 범인도 첨부터 다 밝혀지는데 ‘어떻게’와 ‘왜’가 극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방식. 하지만 요즘 들어, 이것도 히가시노의 ‘한 영역’일 뿐이란 생각도 든다. 대박을 친 ‘나미야…’도 힐링 판타지물이었으니까. 어쩌면 작가는 하나의 스타일로 규정받는 걸 제일 싫어할지도.

‘살인의 문’은 굳이 따지자면 심리소설이다. 주인공 다지마 가즈유키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일생 고달프다. 괴롭힘도 어찌나 많이 당하는지. 그러다 보니 ‘살의’를 느낀 적도 꽤 많다. 그리고 그 주위엔, 항상 ‘친구’ 구라모치 오사무가 있다.

실은 그를 친구라 부르긴 애매하다. 다지마가 처음 죽이고 싶단 맘을 먹은 상대도 구라모치였으니까. 그만큼 그는 주인공 인생에 자꾸만 끼어드는데…. 다지마와 구라모치의 질긴 악연은 어디쯤에서 멈춰 설까.

반면 ‘매스커레이드 나이트’는 산뜻한 수사물이다. 살인사건을 쫓는 얘기에 산뜻하다 해서 미안하지만, 그만큼 깔끔하고 야무지다. 이미 1편 ‘매스커레이드 호텔’과 2편 ‘매스커레이드 이브’가 국내에서 약 13만 부가 팔린 인기 시리즈인지라, 이번에도 반응이 뜨거울 터. 일본에선 3편이 지난해 나왔는데 도합 300만 부를 돌파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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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을 배경으로 경시청 형사 닛타 고스케와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 콤비가 보여준 케미는 이번에도 명불허전. 예고 살인을 쫓는 재미가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같은 히가시노 작품이지만 색깔은 무척이나 다르다. 상수도와 하수도를 관통한 기분이랄까. ‘매스커레이드…’가 쫀득쫀득한 수사 드라마를 마주한 분위기라면, ‘살인의…’는 내면의 극단까지 몰아가는 끈적끈적한 하드코어 영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취향에 따라 반응은 다소 갈리겠지만, 어디서든 필력과 매력은 넘쳐난다. 그걸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히가시노 게이고#매스커레이드 나이트#살인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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