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무너지는 가부장제… 모계사회가 대안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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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추 와이홍 지음·이민경 옮김/312쪽·1만3800원·흐름출판

21세기, 전통적 가부장제가 추구했던 가족 개념은 이미 균열이 생긴 지 오래. 그렇다면 이제 세상은 어떤 가족의 형태를 지향해야 할까.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 변호사 출신인 저자는 그 대안의 실마리를 중국 ‘모쒀족’에서 발견했다. 2000여 년 동안 중국 남서부 윈난성(雲南省) 주변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이들은 지금도 ‘가모장제 모계사회’의 생활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모쒀족 내에서 가족은 가장인 외할머니 아래 어머니, 이모, 외삼촌 등 모계 친족으로 구성돼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등 부계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인식을 치른 여성은 자신만의 방을 갖고 그 안에서 마음대로 ‘사랑’할 자유를 누린다. 남녀 모두 여러 연인을 사귈 수 있고 별도의 가정도 꾸리지 않는다. 남성은 여성과 밤을 보낸 뒤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태어나도 어머니 성을 따르고 유산도 모녀 쪽으로 상속된다.

저자가 모쒀족 모계사회에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유명 로펌에서 주로 일했던 그는 지극히 남성 중심 사회였던 법조계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무늬만 일부일처제일 뿐 자기들끼리 맘껏 성의 자유를 누리는 남성들. 그가 페미니스트로 각성한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정말 이런 극단적 구조만이 해체된 가족의 대안이 되는 건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어머니의 나라#추 와이홍#가부장제#모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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