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양이를 사랑한 예술가들 “그들은 하나의 걸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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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예술이다/데즈먼드 모리스 지음/이한음 옮김/288쪽·2만3000원·은행나무

앤디워홀의 ‘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스물다섯 마리와 파란 야옹이 한 마리’(1954년) 책자 표지. 은행나무 제공
앤디워홀의 ‘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스물다섯 마리와 파란 야옹이 한 마리’(1954년) 책자 표지. 은행나무 제공
고양이만큼 오랜 시간 예술가와 문인에게 영감을 준 동물이 있을까.

고양이가 독자적인 예술작품의 주체가 된 곳은 고대 이집트였다. 벽화에서 고양이는 반려동물, 사냥 동료나 여신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됐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시대를 거쳐 근현대에서도 고양이는 예술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가장 작은 고양이는 하나의 걸작이다’라는 말을 남긴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었다. ‘성모와 고양이’ 등 그가 남긴 고양이 소묘만도 11점에 이른다. 에두아르 마네는 애지중지한 흑백 얼룩무늬 고양이 ‘지지’를 여러 그림에 등장시켰다. 그는 지지를 무릎에 앉힌 아내 쉬잔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파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벽에 걸어둘 정도로 아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는 시대를 달리하며 때론 ‘여신’으로 때론 ‘악마’로 상징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고양이를 숭배하던 이집트 문명이 고대 그리스 문명에 밀려나면서 고양이도 신성한 지위를 잃었다. 초기 그리스의 현란한 미술 작품에 고양이는 거의 등장하지 않을 정도다. 드문드문 등장할 때에는 피상적으로 묘사되거나 하찮은 동물 정도로 그려졌다. 심지어 ‘검은 고양이’는 악마의 분신으로 불리며 학살되기도 했다.

동물 행동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인 저자는 고양이의 생태와 미술사를 접목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대가들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시대별 종교상, 인간과 동물의 교류 등을 쉽게 풀어나간 점이 흥미롭다. 기원전 5000년 리비아의 싸우는 고양이 암각화부터 중세의 동물 우화, 피카소의 초상, 솔 스타인버그의 ‘뉴요커’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뱅크시의 벽화, 앤디워홀의 ‘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스물다섯 마리와 파란 야옹이 한 마리’ 책자 표지사진 등 총 137개의 고양이 명화를 곳곳에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고양이를 그려온 인간의 예술사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고양이는 예술이다#데즈먼드 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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