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레시피 대신 ‘손맛’? 날카로운 한식 비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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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품격/이용재 지음/532쪽·1만8000원·반비

화려한 미사여구와 잘 연출된 음식 사진을 기대했다간 당황하기 십상이다. 책의 서두도 전형을 벗어난다. 몇 개의 기사문을 인용한 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논리적인 언어 구사에다 맛없는 건 맛없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논쟁적인 음식 비평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동원한 한식 평론을 펼친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한식의 ‘손맛’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집에서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일식다찬(一食多饌)’의 한식이 과연 적합한지를 생각해 보면 공감할 만한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현실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찾는 여정의 출발을 라면에서 시작한다. 분명 계량컵과 타이머로 만들면 가장 맛있게 끓일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연간 70개를 먹을 정도로 친숙한 음식이다 보니 대부분 감에 기대어 만들어진다. 그만큼 과학과 기술에서 비켜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다 ‘매운맛’ ‘덜 매운맛’ ‘더 매운맛’일 뿐 다양성이 없는 한국의 라면 풍토를 지적한다.

맛에 대한 모순된 인식도 짚는다. 한식이 화학적으로 분류되는 재료를 배척하면서도 캡사이신 농축액으로 강화한 매운맛을 한식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식의 구이와 조림 등을 요리하는 데 오븐을 활용하는 등 서구의 것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같은 다양한 대안을 내놓는다. 세계화의 시대에 한식을 ‘엄마의 손맛’으로만 가둬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한식의 품격#이용재#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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