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칼럼] ‘대학 자치’…라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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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교육부의 한 고위 관료와 현 정부의 대학정책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대학정책을 펼쳤던 관료들이 대학 관리에 프라이드를 가진 것을 반성한다”는 말을 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론에 고위 관료가 지난날의 잘못된 정책을 솔직하게 고백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털어놓은 얘기 중에는 교육부 관리들의 프라이드가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과 그 구성원인 교수를 길들이는 데 있었다는 다소 민감한 내용도 들어 있었다. 대화 내용은 ‘대학정책 반성, 대학자치 존중’이라는 주제의 기사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또 헌법 31조에 명시된 ‘대학 자치는 고유권한으로 보장한다’는 조항을 언급한 뒤 “문재인 정부의 대학정책 기본방침은 대학 자치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잖은 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통해 얻은 느낌은 ‘과거 대학정책에 대한 반성과 대학자치의 존중’이 현 정부 교육 정책의 기본 흐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이 1년도 안 된 현재 그때의 기대는 오해였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여전히 대학 자치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별 대학의 입시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고려대에 2022학년도에 정시 선발 비율을 정부 방침에 맞게 30%로 채워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고려대는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2021학년도에 30%에 미치지 못한 정시 비율을 2022학년도에는 맞추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취임 축하 인사와 학생 중심의 입시정책을 운영해 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교육부는 정시 비율 확대가 여론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교육부가 강조해온 2015교육과정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시비율 확대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는 대학들도 정시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등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성취도가 뛰어나다는 데이터도 갖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들도 이런 객관적인 데이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학 자치를 존중하겠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침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du+#에듀플러스#대학자치#대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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