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미사일 발사로 긴장 고조…9·19 군사합의 파열음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0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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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
軍 "긴장완화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 어긋나"
北, 협상력 높이려 도발 계속…무용지물 우려
"군사합의 속개할 추진력 시급…출구 안 보여"

북한이 닷새 전 동해상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린데 이어 이번에는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무력행위가 9·19 군사분야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도발 의도가 명백해 남북 군사합의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오후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쏘아 올렸다.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동해안으로 전술 유도무기를 발사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4일 발사한 전술 유도무기와 흡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비롯해 신형 152㎜ 자주포, 240㎜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발사하는 화력훈련 모습이 담겼다.

북한은 지난 4일 자신들의 무력행위에 대해 한미 당국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군사적 도발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비행거리를 늘려 서쪽에서 내륙을 관통해 동해안으로 미사일을 쐈다. 최대 비행거리 420㎞로 이번에는 한번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신형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9·19 군사분야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판단을 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KBS와 가진 집권 2년 특집대담에서 군사합의 위반이냐는 판단에 “휴전선으로부터 일정 구역 밖에서 훈련을 하기로 했는데 그 구역 밖에서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 같이 평가함에 따라 군 당국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지난 4일 북한이 원산 호도반도에서 쏜 발사체에 대해서도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군사합의 ‘취지’에는 어긋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제한되는 사안이 있다. 다만, 9·19 합의에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서 상호 노력하기로 한다는 취지에는 어긋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서 1조에서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1조2항에서 쌍방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북한은 군사합의에서 약속한 군사분계선 일대 일정구역 내에서의 훈련은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두 차례 타격훈련 역시 해당 범위를 벗어나 진행했다.

남북은 지금도 기존 무기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훈련과 시험발사를 비롯해 각종 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우리 군도 군사합의 이후 각종 군사훈련과 무기개발은 물론 F-35A 스텔스 전투기, 공중급유기, 3000t급 잠수함 진수 등 전략무기 도입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로키’(low-key·낮은 수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규모는 조정, 축소하고, 무기 도입 행사는 조용히 진행했다. 최근 북한의 행보는 이러한 기조와 상반된다는 것이 정부의 우려다.

지난해 남북은 군사합의를 하나, 둘씩 실행에 옮기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정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끌어 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남북미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군사분야합의 역시 더는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에는 북한의 무력시위까지 더해지면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서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앞으로 있을 북미 비핵화 협상과 대북제재 해제 요구 등 외교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거리 탄도미시일 발사를 통해 도발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군사합의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반도 상황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어렵게 조성한 평화 분위기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고착화하려면 군사합의 이행을 속개할 만한 추진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마땅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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