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투자금 1조4000억 아직 회수 못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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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제네바합의 믿고 비용 부담, 北 핵보유 선언에 관련사업 중단
정부, 이자 부담만 1조5000억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부담 용의를 밝히면서 과거 대북 지원 사례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북한의 비핵화 말만 믿고 정부가 상당 비용을 부담했다가 관련 사업이 중단돼 비용 회수는커녕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12월 제네바합의 당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만들어 함경남도 신포항 금포지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전체 사업비 46억 달러 가운데 한국이 약 70%인 32억 달러(당시 기준 약 3조5000억 원)를 부담하고, 일본이 20%, EU가 10%를 내기로 한 것. 미국은 북한에 매년 중유 50만 t(약 346만 배럴)을 연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70% 정도를 부담하는 것은 손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 공식 선언 및 6자 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해 7월 경수로 사업 종결 방침이 발표되고, 이듬해 5월 경수로 사업이 공식 종료됐다. 북한은 다섯 달 뒤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경수로가 완공되면 북한이 투자금을 분할 상환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투입한 약 1조4000억 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실에 따르면 오히려 사업 종료 후 한국이 내려던 총비용 중 잔액인 약 2조 원은 정부 부담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수로 사업에 투입된 자금은 남북협력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정부가 공공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기금)에서 빌린 돈이어서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이자만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여 년 전 합의에 따른 사업 투자금도 되돌려 받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경협 비용을 떠맡을 경우 ‘빚잔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 조치마다 자금줄이 돼 왔던 일본이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 만큼 비핵화를 견인할 남북 경협 사업에 얼마나 적극 참여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북 경협#경수로#투자금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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