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발표문에 드러난 ‘악마의 디테일’…南·北·美 ‘동상이몽’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9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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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에 따라 주요 안건 언급 정도 달라
여전한 ‘디테일 싸움’…물밑 대화로 접점 모색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8.10.09. © News1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8.10.09. © News1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최대 고비였던 북미 당일치기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디테일의 싸움’은 여전해 보인다.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담판이 끝난 뒤 남북미가 각기 발표한 북미 협상 관련 공식 입장에는 3자간 이해관계에 따라 드러나거나, 숨겨진 디테일의 차이가 드러난다.

시점 상으로 제일 먼저 입장을 내놓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의 청와대 발표문에는 북미 간 2차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과 함께 미국 정부의 사찰(참관)을 포함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의지와 미국의 상응조치까지 명시됐다.

사찰 대상과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대상 등 구체적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북미 당일치기 협상을 앞두고 주요 안건으로 떠오른 사안들에 대한 진전된 결과들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와 달리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남북 방문 공식 일정이 끝난 뒤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내놓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폐쇄 조치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사찰과 북미 2차 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북한 핵시설 사찰의 대상을 보다 분명히 명시한 것이 눈에 띈다. 당초 예상됐던 영변 핵시설이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체적 언급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청와대 발표에 언급된 북한의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관련 언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 자체를 뺐다.

이를 두고 북핵 문제의 진전된 성과를 낸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보상 또는 북한이 줄곧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행동’을 전면 수용한 것이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시에 ‘핵 시설 신고’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물밑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 협상의 방향을 일부 수정했거나, 비록 폐쇄 조치를 했더라도 풍계리라는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일단 허용한 북한을 배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의 북미 협상 관련 입장도 앞선 두 개와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의 보도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 해결과 지난 회담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에서 반드시 큰 전진이 이룩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의 개최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발표문이었다. 다만 미국이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의 어떤 매체도 언급하지 않았다. 내부 결속을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으론 비핵화 조치의 ‘보상’ 차원으로 제기해 온 종전선언이나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한 언급은 뺐다. 북한 역시 이번 담판을 통해 ‘얻을 것은 얻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사안을 두고 3자 간 입장문의 차이가 나는 것은 북한 비핵화 협상이 그만큼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큰 틀에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에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다만 그간 진행된 북미 협상의 큰 흐름은 그대로 녹아있다는 평가다. 북한 핵 시설의 사찰 수준, 종전선언 등 세부 사안을 놓고 기싸움을 진행하고 있을 수는 있어도 막판에 협상의 판 자체가 바뀔만한 변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중재자’ 역할인 한국의 발표문에 일련의 북미 협상의 결과와 흐름이 모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평가했다.

3자 발표문에 언급되지 않은 종전선언, 대북 제재, 핵시설 사찰 및 별도의 비핵화 조치 등의 수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 발표될 합의 내용에 선명하게 담길 것으로 보인다.

2차 정상회담 직전까지 북미는 공개·비공개 실무 협상을 통해 최종 접점을 찾기 위한 첨예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세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이미 했더라도 2차 정상회담의 극적 효과를 위해 관련 내용의 공개를 함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 전후일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공식 발표 시점에 따라 북미 간 협상의 진척 여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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