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팀 다독인 문재인 대통령… 일부선수 “단일팀 어이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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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창회담]문재인 대통령, 진천선수촌 찾아 달래기

“단일팀, 역사의 명장면 될것”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해 아이스하키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대해 “(단일팀 구성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단일팀, 역사의 명장면 될것”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해 아이스하키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대해 “(단일팀 구성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다.”

1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잇따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 마음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단일팀 구성 제안 8일 만인 이날 남북이 예상보다 빨리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면서 선수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 선수 달래기 나선 文

이날 오전 진천선수촌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빙상장에서 연습하고 있던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찾았다. 겨울스포츠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단일팀 논의로 뒤숭숭한 분위기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전날 단일팀 구성에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한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과 먼저 악수를 나눴다. 이어 선수들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이) 우리 아이스하키팀에 보다 많은 국민의 관심을 쏟게 하는, 그래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사인한 유니폼을 전달받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여자 선수들도 이리 오세요”라고 챙겼다. 사진 촬영 때는 모든 팀원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의미의 아이스하키팀 구호인 ‘원 보디(one body)’를 외쳤다.

국가대표 선수단과의 오찬 인사말에서도 재차 단일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훨씬 더 좋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일팀 구성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상이라는 점을 솔직히 밝히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논란도 의식한 듯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의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우리 평창 올림픽의 흥행을 도와서 흑자 대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 “왜 일방적 희생 강요하나”

남북 대표가 회담에서 단일팀 합의를 앞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선수들 달래기에 나섰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표로 참석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문 대통령 방문 하루 전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노 차관은 “남북 단일팀은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급진전된 사안이다. 당시 여러분은 미국 전지훈련 중이라 따로 양해를 구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불참 등의 여파로 평창 올림픽은 위기를 맞고 있다. 단일팀이 성공하면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 수 있다”며 선수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말해 달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선수들은 실업팀 창단과 대학 특기생 제도 신설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골리 신소정은 “처음 단일팀 얘기를 듣고는 속이 많이 상했다.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물론이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문 대통령의 선수촌 방문에 동행했다. 도 장관은 40분가량 선수단을 따로 만나 선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몇 선수는 단일팀이 성사된 이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 온 건 우리다. 어떻게 정부가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일팀을 진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4년을 함께 해온 팀이다. 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라고 하는지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20, 30대 젊은층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올림픽 출전만을 바라보고 일부 선수는 귀화까지 한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위해 일방적으로 선수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18일 한국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이헌재 기자
#아이스하키#문재인 대통령#단일팀#남북 평창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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