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후보자 청문회, ‘용산기지 이전 협상보고서’ 도화선으로 떠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9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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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굴욕 외교 논란을 빚은 ‘용산기지 이전협상 평가 결과 보고서(2003년 11월 18일·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가 10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또 한 차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보수 야당이 이 후보자가 해당 보고서 작성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사실을 토대로 당시 밝혀내지 못한 문건 유출 경위를 거듭 추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은 9일 “기밀 문건이 2004년 9월 21일 고 노회찬 의원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과정에 이 후보자가 관련된 것은 아닌지 질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문건 유출 용의자 목록에는 이 후보자에 대한 언급도 돼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기지 이전 협상보고서’는 2004년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던 미군 사령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협상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례로 “협상팀은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하고 조속한 이전에만 매달렸다” “(협상팀이) ‘노무현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이 문제의 개입은 최소화시킨다’는 기조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에 대한 지나친 맹종적 자세와 현상유지적 속성으로 당당하고 합리적인 협상외교를 전개하지 못했다”라거나 “외통부, 국방부 및 NSC 관련부문의 인사개편을 적극 검토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2004년 9월 21일 고 노회찬 의원을 통해 공개됐고,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노 의원 측은 “정책보좌관이 국방부 문서 열람을 통해 메모한 내용”이라는 취지로 입수 경위를 주장했었다. 당시 청와대는 문건 유출 용의자를 수색한다고 공포했지만 규명하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한 국회 국정감사에도 출석했지만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2004년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자유한국당은 잊혀져 있던 이 문건을 다시 꺼내 헌법재판관에 내정된 후보자를 상대로 재차 질의하기로 했다. 당시 이 후보자가 속한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노 의원 측으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 후보자는 2004년 퇴임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자격으로 본인이 청와대 근무 당시 작성한 국가기밀 문서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까지 개최했다”며 “해당 정보에 대해 유리한 위치에 있을 당시의 자료를 개인적 활동을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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