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납작 엎드려 국민 뜻 따를 수밖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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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필수비용 빼고 특활비 폐지”
의장단 외교통상 활동 경비만 남겨… 정보공개 청구도 모두 수용하기로

국회가 외교 안보 통상 분야의 국회의장단 활동을 위한 비용을 제외한 모든 특수활동비를 즉각 폐지하겠다고 16일 밝혔다. 13일 내놓은 교섭단체 몫 특활비 폐지 대책이 ‘반쪽짜리’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자 상임위원장 몫을 포함해 기존 특활비의 70∼80%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교섭단체와 상임위 운영지원비, 국외활동 장도비(여행 경비), 목적이 불분명한 식사비 등 본연의 목적 및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모든 특활비 집행을 즉각 폐지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하반기에 책정된 특활비 31억 원 중 70∼80% 이상을 반납할 것”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에 5억 원 안팎을, 내년부터는 연간 10억 원 내외만 쓰겠다는 것이다. 올해 책정된 국회 특활비는 62억 원이다. 다만 국회의장단이 국회를 대표해 집행하는 외교 안보 통상 분야 활동 비용은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분류해 폐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자세한 명세에 대해선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유 총장은 “올해 말까지 준비 기간을 거친 뒤 특활비 집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공개 청구를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국회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2011∼2013년 특활비 사용 명세가 공개됐는데도 20대 국회 특활비 사용 명세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만나 동아일보가 15일 보도한 상임위원장 특활비 수령 여부 전수조사 기사를 언급하며 “위원장들이 특활비를 안 쓰시겠다고 했다고 신문에 나왔다. 이런 경우 납작 엎드려 국민 뜻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의장은 실무진에 특활비 전액 삭감을 지시했으나 유 총장이 “필수불가결한 것까지 폐지하라면 국회를 해산하라는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박 비서실장이 전했다.

유 총장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에 입각해서 보도했으면 좋겠다. 국회라고 왜 특활비 쓸 일이 하나도 없겠나. 그거 (돈) 조금 쓴다고 (폐지를) 미적대니 어쩌니 (하는) 엉터리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며 특활비 문제를 거론해 온 언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후의 최후까지 특권의 흔적이라도 남기겠다는 뜻”이라며 “의장단 특활비를 남기겠다는 결정을 재고하라”고 비판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박효목 기자
#문희상 의장#필수비용#특활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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