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없는 보수야권 앞길 캄캄… “낡고 무너진 집 과감히 부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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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여당 압승]홍준표-안철수-유승민 사퇴
홍준표 “나라 통째로 넘어가… 내 잘못”
안철수 “부덕의 소치… 당분간 성찰”, 유승민 “국민 선택 무겁게 받아들일것”
한국당-바른미래 15일 대책회의, “근본적 변화 필요” 자성 목소리

퇴장 14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우리는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퇴장 14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우리는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공동대표가 6·13지방선거에서 야권 궤멸 수준의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14일 정치 일선에서 퇴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 득표율 2, 3, 4위를 차지했던 대선 주자들이 한꺼번에 물러나면서 야권에는 통합과 재편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 조기 복귀했다 타격 입은 대선주자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착잡한 표정으로 사퇴문을 읽은 홍 전 대표는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당대표실에서 잠시 머물렀다 수행비서도 없이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당사를 떠났다. 지난해 7월 3일 당 대표 취임 뒤 346일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란 정치적 상처를 입은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후보는 해단식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이 자리에 섰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선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돌아보고 고민하고 숙고하겠다”고만 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도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했다. 유 전 대표는 120일 만의 사퇴다.

세 사람은 지난해 대선 패배 후 과거 대선 패장들과 달리 정치 일선으로 복귀 시기가 빨랐다. 이날도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아 향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 당분간 정계 개편 시나리오만 난무할 수도

한국당은 홍 전 대표와 당 지도부의 사퇴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김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홍 전 대표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혁신과 변화, 보수의 재건을 위해 어떻게 할지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 구성,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도 유 전 공동대표의 사퇴로 당분간 박주선 대표가 당을 이끈다. 15일 박 대표와 유 전 공동대표, 안 전 후보,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 4명이 오찬 회동을 갖고 당 운영 방안을 상의하기로 했다.

패배의 원인에 대한 야권의 진단은 엇비슷했다. 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 후보는 전화 통화에서 “사상 최대의 민주당 압승이라기보다 보수가 완전히 망하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국민적 압박의 결과”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도 “문 정부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결국 보수에 대한 심판의 결과”라며 고개를 숙였다.

야권에선 ‘범보수 빅 텐트론’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당분간은 혼돈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이 달린 2020년 총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위기의식보다 영역 다툼과 이합집산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한국당이라는 낡고 무너진 집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고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때”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의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보수야권#홍준표#안철수#유승민#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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