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도 “수능 절대평가案 졸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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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최종안 발표(31일)를 앞두고 여당도 수능 절대평가 강행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수능 개편 확정을 열흘 앞둔 21일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정한 입시제도 마련을 위한 교육개혁’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유은혜 의원은 “여당 교문위원조차도 대입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교육부 수능 개편안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교육부가 형식적으로 권역별 의견 수렴을 하고 31일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으로 문재인 정부 교육 공약을 다듬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 수능 절대평가 강행에 제동?

그러면서 유 의원은 “교육부는 대입을 (3년) 앞둔 중3 때문에 수능 개편안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수용하더라도 고교학점제 도입 등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공약을 지키는 방향으로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은 내신 절대평가가 전제되므로 사실상 수능 절대평가 우선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날 토론자들은 수능 절대평가 졸속 도입을 비판하면서 이번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하자고 주장했다. 대선 기간에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작품인 수능 개편안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정부가 대학 입학전형이라는 큰 틀 대신 단순히 수능 평가 방식에 초점을 맞춘 개편을 추진하는데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답습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8학년도 수능에 수능 9등급제를 도입했다가 정권 말기 민심 이반이 가속화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평론가는 수능보다 학생부종합전형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금수저’가 몇백만 원짜리 컨설팅을 받아 ‘좋은 학생부’를 만드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줄곧 주장했던 교육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장도 “교육부의 수능 개편 준비가 미흡하다”며 “2018학년도로 예정된 고교 1학년생의 새 교육과정(2015 교육과정) 적용 시기를 1년 늦추고 2022학년도 대입 전형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태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1세기 교육연구소장 역시 “현재의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잠정 중단하고 새 교육과정의 시행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 절대평가 찬성 측도 보완 요구

이날 대전 충남대에서 권역별 2021학년도 수능 개편 마지막 공청회가 열렸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150여 명이 참여한 공청회에서는 절대평가 찬성 전문가도 졸속 도입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조정기 순천향대 수학과 교수는 “절대평가라는 방향이 맞지만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와 같이 맞물린 제도의 시행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전면 도입하는 것은 수험생과 대학에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단계적 절대평가 전환을 제안했다. 반면 절대평가 반대 입장을 밝힌 권기창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장은 “교과과정이 개편되면 가장 민첩하게 대응하는 곳이 사교육 시장이고, 대입제도 변경의 최대 수혜자도 입시학원”이라며 “절대평가로 수능이 무력화되면 수능 내신 학생부 등 모든 전형요소가 학생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 / 대전=김하경 기자
#수능#절대평가#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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