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제균]김문수와 정동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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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골프를 치다 벼락에 맞아 죽었다. 얼굴을 보니 웃는 표정.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줄 알았기 때문이란다. 정치인 풍자 유머다. 정치인이 정치의 꿈을 접을 때는? ‘관 뚜껑에 못 박을 때’라나. 정치부 기자 시절 낙선 경험이 있는 의원에게 들은 얘기. “선거에 떨어진 날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매일같이 오던 기자들 전화가 딱 끊어지더라. 그게 그렇게 허전할 수 없다….”

▷2007년 여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은 531만 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참패한 지 4개월 만에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당선이 보장된 지역구(울산 동)를 던지고 올라온 정몽준에게 패했다. 정동영은 이듬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탈당해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주 덕진으로 돌아가 당선됐다. 2012년 총선에선 서울 강남을에서 떨어지자 2015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다시 탈당해 관악을에 출마했다. 여기서도 고배를 든 그는 국민의당으로 옮겨 4·13 총선 때 다시 전주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뒤 얼마 되지 않아 식사를 함께 했다. 당시 김 의원은 특이하게도 내가 입은 티셔츠의 박음질에 관심을 보였다. 서울대 경영학과 2학년 때인 1971년 구로공단 미싱공장에 위장취업했을 때 박음질을 배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운동권 출신답지 않게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 했으나 정작 보수층으로부터 그다지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 경기지사를 연임하며 적잖은 업적을 냈지만 이 또한 저평가된 편이다.

▷김 전 지사가 8·9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보수의 본고장 대구에서 당선돼 ‘큰 꿈’을 이루려던 그가 낙선 4개월 만에 당 대표 자리를 노린다니 씁쓸하다. “대권을 포기하더라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는 설명도 옹색하게 들린다. 더구나 이번 전당대회에는 2012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자신을 지지했던 김용태 의원이 뛰고 있다. 정치인에게 정치란 마약과도 같은 걸까.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당대표출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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