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렇게 끝날 줄은…” 文대통령 ‘新한반도 구상’ 차질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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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핵담판 결렬]청와대 당혹 속 후속대책 부심

“TV 볼 일 없어져”… 텅 빈 민주당 회의실 28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결렬됐다는 내용의 자막이 나오는 TV만 켜진 채 텅 비어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북-미 정상의 서명식 장면
 등을 함께 시청할 계획이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획을 취소했다. 뉴스1
“TV 볼 일 없어져”… 텅 빈 민주당 회의실 28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결렬됐다는 내용의 자막이 나오는 TV만 켜진 채 텅 비어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북-미 정상의 서명식 장면 등을 함께 시청할 계획이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획을 취소했다. 뉴스1
“점심도 안 먹고 끝날 줄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담판’이 빈손 회담으로 끝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허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의 결정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은 더 컸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후속 북-미 협상과 비핵화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주력했다. 그러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남북 경제협력 실현은 더 늦춰지게 됐다.

○ 靑 “남북 대화 본격화” 발표 25분 만에 ‘결렬’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하노이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기대감이 가득했다. 북-미 정상이 두 번째 만나는 만큼 이번에는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대북제재 일부 완화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2시경 춘추관을 찾아 “오늘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간 대화의 속도, 깊이가 달라지겠지만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25분여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 간 오찬은 물론이고 서명식조차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날아오자 청와대는 당황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참모들과 함께 서명식 및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집무실 TV로 볼 계획이었지만, 이 자리도 무산됐다.

김 대변인은 이번 담판의 결렬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크게 타결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두 정상이 그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에 쐐기를 박을 의도였지만, 북-미 정상 간 견해차가 상당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회담을 두고 “두 정상이 오랜 시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서로 상대방의 처지에 대해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 김정은 서울 답방도 ‘시계 제로’

하노이 담판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청와대의 후속 구상도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청와대는 ‘하노이 담판→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문 대통령의 방북’ 등을 통해 올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며 본격적인 남북 경협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상당 부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3월 말∼4월 초로 예상되던 김 위원장의 답방도 ‘시계 제로’가 됐다. 제재 완화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더라도 성과를 얻어 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하노이에서 미국에 최소한 남북 경협 등에 대한 일부 제재 면제를 받고, 서울에 와 실질적인 경협 방안을 논의하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이었을 텐데 모두 어그러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50분경부터 약 25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후속 조치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미온적인 김 위원장을 설득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첫 과제가 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답방 일정이 불투명해졌지만, 역설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남북 정상이 접촉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5월과 같은 판문점에서의 ‘당일치기’ 회담이 다시 열리거나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처음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 접촉과 별도로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한미 정상 간 접촉 순서 등도 고심할 필요가 있다”며 “다시 한번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청와대#한반도#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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