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외교부 찾아 ‘日징용 재판’ 협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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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처리절차 논의한 문건 확보
“외교부가 ‘日입장’ 담긴 의견서 내면 전원합의체서 판결 번복 계획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시키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와 세부 절차를 구체적으로 협의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이 소송을 고의로 지연한 적이 없다”는 대법원 해명과는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016년 9월 29일 당시 법원행정처 임종헌 차장과 이민걸 기획조정실장 등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찾아 외교부 당국자들과 이 사건의 처리 절차를 논의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가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2013년 12월과 2014년 10월 두 차례 열린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 회동의 시나리오대로 재판 지연을 이행하려 한 마지막 실무 회의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문건에는 회의에서 △피고인 전범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외교부 의견서를 제출받고 △이를 빌미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긴 다음 △최종적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2012년 대법 판결을 뒤집는다는 로드맵이 논의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교부로부터 의견제출 절차 개시 시그널을 받으면 대법원은 피고 측 변호인으로부터 정부 의견 요청서를 제출받아 이를 외교부에 그대로 전달할 예정”이라며 “외교부가 의견서를 늦어도 11월 초까지 보내주면 가급적 이를 기초로 최대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한 임 전 차장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사실상 기존 판결을 뒤집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건 내용대로 2016년 10월 피고 측 대리인은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제출했고, 대법원으로부터 이 서류를 넘겨받은 외교부는 같은 해 11월 말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의견서 제출 이후 전원합의체 회부 및 판결 번복은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후 계획은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23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재에 파견 중이던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를 통해 헌법재판관 평의 과정 등 외부 누설이 금지된 내용을 보고받고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들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임종헌#외교부#일본 징용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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