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제츠 비밀리 방한… “불편한 얘기 세게 하고 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11∼12일 中외교 부부장과 함께… 정의용 만나 비핵화-사드 논의
종전선언 참여 강도높게 요구한듯


양제츠(楊潔篪·사진)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이달 11∼12일 극비리에 한국을 찾아 종전선언을 포함한 비핵화 이슈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 직후라 중국이 한국과의 긴밀한 소통 필요성을 느껴 급히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고위급 외교소식통은 이날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5일부터 27일까지 방북하기 전 양 위원을 수행해 한국을 비공개로 다녀갔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앞서 3월 방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으며, 이번 일정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동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해제 차원에서 5가지 조치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한다. 이 조치들은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선양롯데월드 공사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한중 환경 문제 등이다. 양 위원의 방한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5개 조치는 상당 부분 진척됐다. 그런데 양 위원이 방한해 이런 조치를 논의했다는 게 알려지면 중국 내 여론이 나빠질 수도 있어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양 위원 정도의 거물이 직접 방한해 사드 보복조치 해제 5개항에 대해 설명한 만큼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 비핵화 이슈와 관련해 모종의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협상 및 종전선언에서의 중국 참여를 보다 확실히 하고자 하는 강도 높은 요구가 있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국이 듣기 싫은 소리, 불편한 이야기를 강한 톤으로 하고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등에 무게를 실었던 정부가 양 위원으로부터 4자회담과 같은 구속력 있는 협상 틀을 본격화하도록 요구받았을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베이징 소식통은 “종전선언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열어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종전선언은 법적 제도적 종결이 아닌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의 정치적 선언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양제츠#방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