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문재인 대통령 러브콜 큰 기대… 참모도 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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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기업정책 달라지나]“이재용 만남 분위기 좋아 긍정적”
삼성 고용확대, 他기업 파급 예상… “재벌개혁 코드 못버려” 신중론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예정에 없던 별도 만남을 통해 국내 일자리 및 투자 확대를 논의한 사실이 전해지자 10일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재계 전반에서 이번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계에서는 예정되지 않은 5분간의 환담을 기업 정책 변화에 대한 청와대발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전 정권과 관련한 일로 재판 중인 기업 총수를 만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일각의 시선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굳이 이 부회장을 만난 건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도 기업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겠다는 상징적인 액션으로 읽힌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다른 기업과 달리 삼성과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둬 왔다. 지난해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LG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사업 현장을 잇달아 찾아 총수급 인사들과 직접 만났지만 재계 서열 1위 삼성만 대상에서 빠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준공식 행사 직전까지도 예정된 동선상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크게 마주칠 일이 없었는데, 다행히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내부적으로도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고 했다.

삼성이 문 대통령의 당부에 화답해 하반기 채용 인원을 대폭 늘리고 국내 투자 확대에 나서면 다른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을 기준으로 자사 채용 인원이나 투자 규모를 가늠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재계가 전체적으로 하반기 공채 인원과 투자를 늘리면 미중 무역전쟁과 소비 부진 등으로 착 가라앉은 한국 경제에 다소나마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재계에서는 지나친 확대해석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여전히 강하다. 실제 검찰은 이날 오전에도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경영전략실을 압수수색했다.

A그룹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시민단체 등 지켜보는 시선이 워낙 많아진 데다 이번 정부 자체가 촛불 민심을 토대로 세워졌기 때문에 섣불리 재벌개혁이라는 코드를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자리와 투자 확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만큼 이건 이것대로 요구하고 삼성 등 재벌기업에 대해서는 계속 각을 세우지 않겠느냐”고 보수적으로 해석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역시 “문 대통령의 의지와는 별개로 현재 청와대를 비롯한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대기업에 대한 시선이 변하지 않는 이상 ‘훈풍’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정부는 무엇을 원하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빙빙 에둘러서 얘기해 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에는 청와대에서 해당 기업에 직접적으로 연락을 해오거나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주문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정부는 ‘알아서들 하세요’라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알아서 하라’는 어려운 숙제를 받아 든 입장이라 너무 지나치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화답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
#삼성 고용확대#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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