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 보도’ 사라진 北매체, 타깃 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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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보수야당-북한인권재단-日정부’
“한국당, 반통일 책동” 연일 날세워… 통일부 인권재단 재추진 방침 비난
日엔 과거청산-사죄-배상 요구… 北日교섭 前 몸값 올리기 나선듯

12일 북-미 정상회담 후 ‘반미(反美) 기사’를 없앤 북한 매체들의 보도 형태가 최근 급속히 변하고 있다. 노골적 대미 비판이 사라진 자리에 한국의 보수야당과 북한인권재단, 일본 등 3대 타깃을 대상으로 한 비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8일 ‘해체만이 정답이다’라는 기사에서 6·13지방선거 뒤 자유한국당의 내분을 두고 “총 파산의 위기에 직면한 보수적폐의 비참한 말로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민심은 이미 사대매국과 반인민적 악정, 동족대결과 반통일책동에 미쳐 돌아가는 보수패당에게 침 뱉고 등을 돌렸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의 쇄신 움직임 및 혼란상에 대해선 “패배자들의 추악한 개싸움질”이라고 일갈했다.

북한 인권도 ‘핫이슈’가 됐다. 특히 정치권이 이사 선임을 하지 않아 설립이 지연되다가 이달 말 사무실 폐쇄가 결정된 북한인권재단은 핵심 타깃이 됐다.

노동신문은 28일 “지체없이 해체돼야 할 반공화국 모략기구”라며 재단 해체를 강하게 요구했고, 우리민족끼리는 24일과 26일 연이어 재단을 비판했다. 통일부가 앞서 재단 사무실을 폐쇄하며 “인권 개선과 재단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 북 매체들은 “횡설수설” “온당치 못한 발언” 등으로 비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화 국면에서 인권 문제를 더 이상 확대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미일 공조의 틈새 벌리기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붙여 정중하게 보도하는 반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아베 패당’ ‘아베 일당’ 등으로 비하하고 있는 것. “비핵화를 위해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선 “돈푼이나 흔들어대면서 잔꾀를 부리지 말라”(26일 조선중앙통신)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은 과거 청산과 배상 이슈는 적극 제기 중이다. 노동신문은 28일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과거 청산”이라며 “과거 범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임이고 의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에서 과거청산 명목으로 200억 달러(약 22조4000억 원) 안팎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북한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자금이다. 이에 최근 날 선 대일 보도는 조만간 열릴 북-일 교섭에 앞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반미 보도#북한매체#타깃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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