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종전선언-제재완화 언제든 취소 가능… 美 손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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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2라운드]‘비핵화 상응조치’ 美설득 총력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24일(현지 시간)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회담 자료로 보이는 문서를 들고 손짓을 써가며 발언하는 것이 눈에 띈다. 뉴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24일(현지 시간)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회담 자료로 보이는 문서를 들고 손짓을 써가며 발언하는 것이 눈에 띈다. 뉴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국의 강력한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야말로 (비핵화) 진정성을 믿어 달라.”

25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미국외교협회(CF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멘토’로 꼽히는 리처드 하스 CFR 회장 등 200여 명의 미국 한반도 전문가를 상대로 초청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공개 메시지를 공개했다. “미국 시민들은 북한의 핵 포기 의지에 대해 회의론이 많다” “과연 김정은이 개혁에 나설 수 있느냐” 등 비판적인 질문이 쏟아지자 김정은의 육성을 공개하며 종전선언의 불씨를 지피고 나선 것이다.

○ 美에 김정은 비핵화 의지 ‘연대보증’


문 대통령은 24일부터 이어진 미국 방문 공식 일정 내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불식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CFR 등 미국 싱크탱크 초청연설에서 파격적인 표현으로 김정은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정은이 “많은 세계인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 속임수다, 또는 시간 끌기다라고 말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했다는 것. 또 “(속임수를 쓰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도 전했다. 정상 간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외교 관례를 깨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직접 김정은의 발언을 전한 것이다. ‘속임수’ ‘시간 끌기’ 등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제네바 협약, 9·19공동선언 등 다섯 차례의 비핵화 합의가 깨지는 과정에서 한미가 북한을 비판했던 표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 측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 가입함으로써 개방적인 개혁에 나설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과 한국 기업들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개방을 통해 미국 등 국제자본 유치 의사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문 대통령은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만이 이 문제(비핵화)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비핵화 과정을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며 “북한의 핵 포기는 북한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했다.

○ “종전선언, 제재 완화 언제든 취소 가능”

문 대통령은 2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 채택과 관련해 “미국으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훈련 중단은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어도 북한이 속일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요구한 미국의 ‘상응 조치’와 북한이 취할 ‘추가적인 조치’의 로드맵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상응 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고 인도적 지원과 예술단 교류 등 비정치적 교류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영변 핵 기지를 폐기하게 되면 미국 측의 장기간의 참관이 필요할 텐데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경제시찰단을 서로 교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조치에 대해선 “영변의 핵 기지를 폐기하는 것이고 다른 기지들을 폐기하고, 만들어진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고, 전부 폐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으로 북한이 영변에 이어 강선 등 다른 지역의 핵시설과 ‘현재 핵’의 순차적 폐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종전선언이 채택되면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한 정치적 안전판이 마련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든 미 중간선거 이전에 그 틀을 갖추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비핵화#미국#김정은#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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