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송영무 국방 거취 열려있다” 경질에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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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내부 “더이상 엄호 힘든 상황”… 軍안팎 “지휘력 발휘 어려워”
송영무 측 “자진사퇴 말할 시점 아니다”
개각 규모도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

“(경질도 유임도) 모두 열려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거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파문과 관련해 송 장관의 경질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8월로 달이 바뀌자 갑자기 청와대가 교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 개각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이날 송 장관 경질설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맞거나 틀리다고) 확인해 드릴 게 없다. (송 장관 경질 여부를 포함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기무사 문건 관련 조사는 지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통상 주요 인사의 경질설이 돌면 각종 브리핑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부인해 왔다. 그런데 이날은 송 장관의 경질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민관 합동수사본부의 기무사 문건 수사 결과에 따라 송 장관의 교체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문이 최초로 불거졌을 때 “송 장관의 거취와 관련이 없다” “국방부가 처리할 것”이라던 청와대의 스탠스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렇게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진 것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이어 발견된 67페이지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 자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부 자료에는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국회 무력화 방안, 언론 통제 계획 등 민감한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송 장관은 이 세부 자료는 4개월 동안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3월 16일 송 장관에게 이 자료를 보고했지만, 송 장관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4월 30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과 회의를 하며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은 기무사의 과거 정치 개입 사례 중 하나로 보고했지만, 세부 자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세부 자료가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송 장관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여기에 송 장관과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 등 기무사 인사들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하극상 논란도 송 장관의 경질론을 부채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각종 구설에 휩싸였던 송 장관을 엄호해 왔지만 이젠 더 엄호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민관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청와대가 송 장관을 교체한다는 시나리오가 이전보다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송 장관의 경질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것 역시 송 장관의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송 장관이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앞으로 지시에 영이 서겠느냐”며 “송 장관이 국방개혁안 보고를 마쳤기 때문에 새로 임명되는 장관이 강력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맞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송 장관 측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방개혁의 닻이 이제 막 올랐고, 관련 법 개정 등 할 일이 산적한 만큼 자진 사퇴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장관 측 관계자는 “기무사 개혁과 국방개혁을 끝까지 성공시키겠다는 것이 장관의 일념”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송영무#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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