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외치는 北, 뒤에서 ICBM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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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당국, 北 산음동 공장서 화성-15형 개량형 생산 정황 포착
靑 “한미, 北동향 유심히 보는 중”

북한이 워싱턴 뉴욕 등 미국 동부까지 핵탄두로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New)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에 들어간 정황이 미 언론에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됐다. 김정은이 올해부턴 도발을 중단한 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지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최근엔 미국에 체제보장과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뒤로는 핵무력 향상에 매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ICBM 개발을 부인하지 않고 있어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 발사 전 김정은이 미사일을 둘러보는 모습.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 발사 전 김정은이 미사일을 둘러보는 모습.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북한이 평양 외곽의 미사일 생산공장인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ICBM을 만들고 있다고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산음동 공장은 화성-15형을 비롯해 ICBM 2기를 생산한 곳이다. WP는 “최소 1기 이상, 아마도 2기의 ICBM을 제작 중”이라며 “(이 가운데) 최소 1기는 화성-15형”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신형 ICBM이나 화성-15형의 개량형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미국의 정찰 위성이 지난해 ICBM을 생산했던 북한 공장 안팎으로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산음동 공장에) 북한 당국이 사무실과 박물관으로 추정되는 건물 두 채를 새로 건설했다”며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있기 직전인 6월 5일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31일 시작된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 움직임을 사실상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대북 압박에 나섰고, 북한도 오히려 미사일 개발 공개를 계기로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일각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선 군사적 옵션을 다시 꺼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또다시 ICBM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핵화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 후 “북한 동향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기관에서 유심히 보고 있다”며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종전선언#icbm 개발#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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