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역주의-색깔론 끝나… 높은 지지에 등골이 서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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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문재인 정부 2기’ 규정하며 기강잡기

靑 전직원에 수보회의 영상 중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여민1관 대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처음으로 내부중계 시스템을 통해 회의를 영상 중계해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靑 전직원에 수보회의 영상 중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여민1관 대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처음으로 내부중계 시스템을 통해 회의를 영상 중계해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나,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방선거 이후를 ‘문재인 정부 2기’로 규정하고 친인척 비리 감독 강화, 청와대와 부처 간 정책 엇박자 제어 등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당이 아주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민들에게) 갚아야 할 외상값이 많더라도 우선은 기뻐해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영남 지역에서 나타난 여당의 선전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압승에 대해 “우리 청와대 비서실 모두와 내각이 아주 잘해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직접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지만 여당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기뻐하는 것은) 오늘 이 순간까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높은 지지에 대해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을 느낀다)”이라며 “그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유능, 도덕성, 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지방선거 전까지를 1기, 지방선거부터 2020년 총선까지를 2기, 총선 이후를 3기로 규정한 청와대도 다시 고삐를 죄는 양상이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인 및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조 수석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를 경계하고 7월 출범하는 지방정부, 지방의회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또 과거 정부에 대해 “집권 세력 내부 분열과 독선이 있었고, 분파적 행태를 보이거나 계몽주의적 태도로 정책을 추진했다. 긴장감이 해이해지며 측근 비리와 친인척 비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모두 지적한 것이다.

조 수석은 또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혁신하는 정부를 2기 국정 기조로 제시하며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를 강조했다. 정책의 가치관보다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부처 상호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정책 혼선과 엇박자를 사전에 제어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최저임금, 일자리 정책 잡음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전 조 수석에게 이날 보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이후 처음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타난 이런 기조는 청와대와 부처뿐 아니라 여당과 지방정부까지 모두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내부 분열과 독선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여당에 대한 사전 경고”라며 “민주당이 주를 이룬 지방 권력에도 ‘자만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생의 성과’를 강조한 것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개혁 드라이브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정부#더불어민주당#6·13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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