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설명과 달리 통계청 자료는 하위50% 소득 감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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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논란
靑 “하위 10%만 소득 감소 의미”… 자영업자 등 비근로가구 제외
근로소득만으로 통계내면 엇비슷
“유리한 지표만 골라 부각”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근거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통계 산정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하기 위해 장밋빛 지표만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 근거를 묻는 질문에 “통계청에서 나오는 1분기 가계 동향 자료를 더 깊이,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그런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계층을) 10개 단위로 나눴을 때 가장 밑에 있는 10%가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결과를 보신 것”이라며 “하위 10%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말하자면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이 가구를 소득별로 10%씩 10개 그룹으로 나눠 계층별 소득 동향을 분석하는 ‘소득 10분위’ 통계에 기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국 전체가구의 소득은 1∼5분위(소득 하위 50% 이하)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1분위 가구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2.2%로 줄어든 것은 물론 2분위(―5.8%), 3분위(―4.9%) 등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감소 폭이 컸다. 전체 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통계 기준을 좁혀도 1∼5분위 가구 소득이 감소했다는 결과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자영업자와 무직자를 포함한 비(非)근로가구를 제외하고 근로소득만으로 통계를 내면 1분위(―0.3%)와 4분위(―2.3%)만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참고한 통계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에 미치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판단 내리려면 정교한 분석이 필요한 데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지표만 부각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을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경제 전반에 대한 권한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라고 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김 부총리에게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문병기 기자
#최저임금#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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