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내 신라 불상 보물 지정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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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경주서 강제로 옮겨와… 원래 위치로 이전여부는 미정

일제강점기 경북 경주에서 강제로 서울로 옮겨져 현재 청와대 경내에 있는 신라 석불좌상(石佛坐像·사진)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8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 석불좌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의 보물 승격 안건을 심의해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라는 명칭으로 보물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명 ‘청와대 불상’이라고 불리는 이 불상은 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경주 석굴암 본존불과 양식이 매우 유사하다. 높이 108cm, 어깨 너비 54.5cm, 무릎 너비 86cm로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팔각형 대신 사각형 대좌가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문화재이기도 하다. 청와대 불상은 1912년 경주에 시찰 온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의 눈에 띄어 이듬해 당시 서울 남산 왜성대(倭城臺)에 있던 총독 관저로 옮겨졌다. 1939년 총독 관저가 경무대(청와대 이전 명칭)로 이전한 이후 현재까지 청와대 경내에 그대로 남게 됐다.

한편 청와대 불상이 보물로 지정 예고되면서 경주 이전 문제가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주 지역 문화계에선 불상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다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물 지정은 문화재의 학술적·예술적 가치만 판단해 결정할 뿐 이전 문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원래 위치를 찾아내 복원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청와대 불상의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청와대#신라#불상#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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