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靑정보 머릿속서 삭제… 스나이퍼 안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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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충성했지만 납득못할 일 많아… 수권의지 없는 더민주 바꾸러 온것”
당내 “대선때 활용 위한 영입” 관측… 與도 “朴정부 비밀 노려 데려간 것”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여권을 향한) 스나이퍼(저격수) 역할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의 체질을 바꾸는) 메기, 가물치가 되겠다”고 했다.

조 씨를 3일 저녁 그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식당으로 찾아가 만났다.

정치권의 관심은 그가 가진 ‘정보’에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그의 입당에 대해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공개되지 않은 박근혜 정권의 비밀을 폭로하는 용도로 활용하려고 데려갔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씨는 기자와 만나 “(청와대를 나오며) 서류 한 장 들고 오지 않았다”며 “있었다면 저번에 (검찰 수사에서) 다 털렸지 않겠나”라고 했다. ‘머릿속에는 있지 않냐’란 질문에는 “딜리트(삭제), 완전히 딜리트”라고 답했다. 그는 “(청와대 관련)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고 온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한 TV 인터뷰에서도 그는 “뭔가를 하려면 2014년 12월 구속 위기에 처했을 때 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더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씨의 영입을 “총선이 아닌 대선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을 보고 온 것이 아니다. 사람은 변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거듭된 설득으로 입당했지만 문 전 대표를 위해서만 일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조 씨는 더민주당에 대해 “수권(受權) 의지가 없다. (집권 기회를) 줘도 못 먹는다”고 했다. 이어 “총선 출마 여부와 (출마할 경우) 지역구는 전적으로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조 씨는 현 정권에 대한 서운함도 거듭 내비쳤다. 그는 “(정권) 출범 이후에도 충심을 가지고 일했다”면서 “(그런데) 하시는 일들이 이상하고, 납득이 안 가고, 통상의 생각보다 거꾸로 가고, 탓을 남한테 돌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가끔 자신의 식당에 들른다고 했지만 입당 이후 박 회장과 통화했는지에 대해서는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라고 했다.

앞서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을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인 이병헌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을 갑자기 강간범, 무슨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매몰시켜 버린다”며 “내부자들을 보면서 저와 (이병헌을) 오버랩시킨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저 나름으로는 손모가지(손목) 잘린 이병헌처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와 헤어지며 “오늘 이 말(‘손모가지’ 관련 발언) 때문에 난리가 났다던데 내일은 ‘메기’로 난리가 나는 것 아닌지…”라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응천#청와대#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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