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대표와 2시간 따로만난 靑실장

동아일보
입력 2015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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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소통정치’로 발표문 이끌어… “與野靑 새 채널 가동됐다” 평가

당초 예상 밖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에서 공동발표문이 나온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앞서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고서 정국이 더 꼬인 적이 많아서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많았다.

발표문은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과 김현미 문재인 대표비서실장이 사전 의제 조율을 할 때 김 비서실장이 강하게 요구한 사항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제정책을 두고 세부 사항에서 견해차가 큰 만큼 발표문 채택에 난색을 표했다. 조 수석과 김 비서실장이 이날 회담이 있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15일에는 조 수석의 일정이 빡빡해 특별한 성과 없이 40분 만에 헤어졌다.

그럼에도 발표문이 나온 배경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은 1시간 50분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퇴장한 뒤 이 실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2시간 정도 여야 대표들을 따로 만났다. 어떻게든 회담 성과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와 여야가 끈기 있게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실장 취임 이후 새로운 ‘여-야-청’ 소통 채널이 가동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이 실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 신뢰 관계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사람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캠프에서 호흡을 맞췄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박근혜 캠프에 함께한 ‘원조 친박(친박근혜)’이다.

이 실장의 ‘소통 정치’가 성과를 내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체제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비서실장 시절 김 대표는 4차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지만 김 전 실장과의 별도 회동은 없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독대를 한 것도 지난해 7월 김 대표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처음 만났을 때뿐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