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방식’ 적용땐 하위계층 소득감소 폭 12.8→2.3%로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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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靑에 통계방식 재설계 제안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올 5월 통계청이 실시해온 가계소득동향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조사 방식으로 통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재직 중이던 강 청장의 제안대로 조사하면 소득계층 간 양극화 문제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소득통계 문제로 통계청장을 교체했다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통계 조사 방식 재설계 제안

동아일보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강 청장은 올 5월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시는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에 논란이 제기되던 시기다.

당시 강 청장은 보고서에서 “기존 가계소득 조사는 보완이라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우니 향후 지속될 수 있는 조사를 신속히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런 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청의 공식 지표와 강 청장 자신이 재가공한 지표를 비교하며 통계청의 통계에서 소득 감소폭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통계청은 올 1분기 1∼3분위(소득 하위 60%) 소득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지난해 1분기보다 3.0∼12.8%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강 청장은 통계청의 집계 방식은 퇴직금과 자녀가 주는 용돈 같은 감소폭이 큰 비경상소득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를 제외하고 가처분소득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 가처분소득 산정 때는 비경상소득을 넣지 않는다는 게 강 청장의 주장이다. 이런 제안에 따라 가처분소득을 다시 구하면 1분위의 가처분소득 감소폭은 2.3%로 크게 줄어든다. 3분위 소득은 종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는 효과가 생긴다.

국가 통계 업무를 담당하는 당국의 한 관계자는 “통상 처분가능소득은 자녀 용돈과 퇴직금 등 비경상소득을 총소득에 포함시켜 산출한다”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처분가능소득을 산출할 때도 비경상소득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비경상소득을 가처분소득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외국은 퇴직금 같은 개념이 없어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 “황 전 청장은 원래 말 안 듣는 사람”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27일 이임식에서 “올 때도 갑작스럽고 갈 때도 갑작스럽다”고 했다. 그가 사전 예고 없이 경질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황 전 청장은 재직 당시 정부와 마찰이 다소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계법에 따르면 통계청 자료는 유관 정부부처라도 공표 전날 낮 12시 전에는 제공할 수 없다. 보낼 때도 관계기관에만 보낸다. 예를 들어 고용동향은 고용노동부, 산업활동동향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내는 식이다. 황 전 청장은 이런 원칙을 칼같이 지켰다고 한다. 유관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황 전 청장은 번번이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박사 말 안 듣는 거 모르고 앉혔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해진다.

또 청와대가 1분기 가계소득동향 쇼크 발생 후 노동연구원과 보사연에 분석을 요구할 때도 황 전 청장은 통계청 데이터가 이미 연구원들에게 넘어간 이후 사후에 보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통계청 데이터가 주요 자료로 활용됐는데도 황 전 청장은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관가에서는 황 전 청장이 소득통계 논란 때문에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돌고 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 / 한상준 기자
#강신욱 방식 적용#하위계층 소득감소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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