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대업자 ‘담보가치 넘는 대출’ 규제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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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등 대출 최근 年18%씩 급증… 원금-이자 함께 매달 나눠 갚게
정부, 8월 가계빚 대책 포함 검토

앞으로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주택이나 상가를 매입할 때 받는 신용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이자만 갚다가 부동산을 팔 때 대출을 함께 넘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조치로 임대사업자들의 상환 부담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 임대사업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이는 관행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금융권에서 빌리는 대출 가운데 담보를 초과해서 받는 신용대출에 대해선 원금과 이자를 매달 나눠 갚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는 다음 달 정부가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사업자들은 부동산을 매입할 때 담보대출을 받은 뒤 모자라는 자금은 관행적으로 신용대출로 충당한다. 예컨대 상가를 매입하면서 대금의 65%는 담보대출로 확보하고 10% 정도를 신용대출을 받는 식이다. 금융권은 현재 신용대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1년 만기 후 원금 일시 상환조건을 적용한다. 하지만 대출받은 사람의 신용에 문제가 없는 한 매년 대출 기간을 연장해 주고, 임대사업자들은 이자만 내고 대출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임대사업자 가운데 70∼80%가 부동산 매입 시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계획대로 신용대출 원리금 동시 분할 상환이 도입되면 그만큼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대출의 만기를 담보대출과 동일하게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를 적용하면 10억 원짜리 상가를 매입하면서 3년 만기 기준으로 담보대출로 5억 원, 신용대출로 1억 원을 받은 경우엔 담보대출 이자와 신용대출 원리금을 합친 금액을 매달 갚아야 한다.
 
▼ 월세 받아 대출 갚아야… 무리한 투자 줄어들듯 ▼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세의 4, 5%가 월세 수입임을 감안할 때 월세 수입(4000만∼5000만 원)의 대부분을 대출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대출의 거치 기간 등은 확정되지 않아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분할 상환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부동산 임대사업자의 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그만큼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사업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저금리가 이어지자 은퇴를 앞둔 50대를 중심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해 관련 대출액도 급증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480조2000억 원 중 부동산 임대업자의 대출 비중은 39.3%(188조7000억 원)로 가장 많다. 2012∼2016년 부동산 임대업의 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18.0%로 제조업(8.6%), 도소매업(5.5%), 음식 숙박업(9.0%) 등 다른 업종을 크게 넘어섰다. 부동산 임대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산가가 많아 연체율은 낮지만,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고 1인당 대출액이 큰 만큼 금리가 올랐을 때 그만큼 위험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사업자의 신용대출에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이 도입되면 월세 수입 등을 노리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관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대출 증가세를 꺾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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