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두들겨 패는 재벌개혁 곤란…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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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팀 인선]인선 면면으로 본 역할 분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대통령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각각 지명하면서 새 경제팀의 윤곽이 드러났다. 일자리 창출은 김 후보자와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대기업 구조개혁은 장 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각각 맡게 됐다. 김 후보자와 장 실장 투톱이 각각 내각과 청와대에서 제이(J)노믹스를 끌고 가는 구도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사람 중심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 개혁”이라며 새 경제팀 수장을 맡은 포부를 밝혔다. 평소 대기업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던 장 실장은 “재벌 개혁에 두들겨 팬다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민간 일자리가 창출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시장 친화적인 언급을 했다.

○ 경제팀 역할 분담 사실상 마무리

문 대통령은 자신과 인연이 없는 전문 관료 출신을 경제 컨트롤타워로 기용하면서 ‘경제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장 실장은 18대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도우며 새 정부 인선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삼고초려를 한 끝에 새 정부 핵심 보직에 올랐다. 대선캠프 출신의 복심을 기용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은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련의 일자리 정책에 공공의 역할을 강조했다. 예산정책 전문가인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이런 구상을 재정으로 구현해야 하는 임무를 안게 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처럼 저물가 저금리 상황에서는 재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재정이 좀 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계천 판잣집’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인 김 후보자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기회의 문 확대의 중요성을 유달리 강조했다. 기재부 2차관 시절 공공기관 고졸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면서 “없는 사람, 덜 배운 사람에게 사회가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기회가 날 때마다 주장했다. 아주대 총장 시절에는 “과거 계층이동의 통로가 됐던 교육, 사회 시스템이 가난의 대물림, 사회적 지위 세습을 거들고 있다. 나는 운 좋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났지만 얼마나 그들을 이해하고 있는지 반성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향후 실현할 정책에 따를 결과다. 일자리와 성장은 단순히 문제의식만 갖고 있다고 정책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김 후보자 본인이 기획예산처에서 참여했던 ‘비전 2030’ 보고서 마련이 대표 사례다. ‘1100조 원을 들여 2010년에 삶의 질 세계 10위에 오른다’는 보고서는 당장의 저성장 위기도 해결하지 못하는 마당에 지나치게 공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처가 주도하는 보여주기식 일자리 사업은 피하고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예산과 정책을 주도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소방수 아닌 ‘큰 그림 그리기’에 집중

김 후보자는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수출 및 투자의 불씨를 키워 내수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구조조정과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 문 대통령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저성장과 양극화, 민생경제의 위기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다. 빠른 시일 내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 정부의 가장 큰 국정과제”라고 설명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김 후보자는 “저성장을 해결하면 청년실업, 저출산 등 나머지 문제를 쓰러뜨릴 수 있다. 현상의 구조적 문제를 보고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10조 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중요한 건 추경의 내용”이라며 “실제로 효과가 나오게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세(增稅) 문제에 관해 김 후보자는 “조세감면 혜택을 다시 둘러보거나 (부유층의 세 부담을 높이기 위해)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하는 등의 것을 찾아가는 게 순서”라고 언급했다. 장 실장은 “당연히 고소득이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라면서도 “대기업은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고 유보금은 많다. 단순히 법인세율만 올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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