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낙하산 펴는 ‘금피아’… 4년새 36명 금융권 직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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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새 이사장 논란으로 본 실태
2014년 ‘공직자윤리법’ 개정뒤 민간 금융사-유관기관行 되레 증가
자산관리公-보험개발원 등 首長 임기 연내 끝나 관심 커져

 최근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 후보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단독 추천되면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당장 한국예탁결제원이 차기 사장 선임 작업에 들어갔고, 연내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보험개발원(11월), IBK기업은행(12월) 등 금융기관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끝난다.

 최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출신 퇴직자들이 금융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등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금피아(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출신 재취업자)’들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25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 유관기관이나 민간 금융회사, 대기업, 로펌 등에 재취업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퇴직자는 모두 63명(4급 이상, 계약직 별정직 제외, 퇴직일 기준)이다. 퇴직 후 금융권으로 직행한 이들도 57.1%(36명)로 조사됐다. 재취업 퇴직자는 2012년 10명에서 2013년 4명으로 줄더니 2014년 14명, 2015년 20명, 올해 15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 출신 재취업자 37명 중 10명(27%)은 금융회사로 옮겼다. 올해 금감원 2급 퇴직자가 신협중앙회 감독검사 이사, 유진투자증권 경영임원, 롯데카드·신한금융투자·신한저축은행 감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5명은 한화에너지,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에 취업했다. ‘정운호 게이트’로 시끄러웠던 네이처리퍼블릭에 감사위원으로 취업한 이도 있었다.

 금융위에서는 2012년 이후 퇴직자 26명 중 13명이 금융결제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유관기관의 주요 직책을 차지했다. 5명은 한국자금중개, 한국증권금융, 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로 옮겨갔다. 2명은 유관 협회, 2명은 로펌에 자리를 잡았다.

 일부 퇴직자들은 유관기관에서 경력을 세탁하고 금융회사로 옮겼다. 2012년 원중희 전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금융결제원 감사로 옮겼다가, 지난해 BNK투자증권 감사로 이직했다. 이보현 전 금융위 감사담당관은 2012년 신용보증기금 이사로 갔다가 올해 3월 동부증권 감사에, 김영린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보안원장 임기를 마치고 올해 3월 NH농협은행 상근감사위원에 선임됐다. 이석우 전 금감원 국장은 2014년 대구은행 감사로 가려다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고려휴먼스라는 아웃소싱회사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올해 신한카드 감사로 이직했다. 현재 고려휴먼스 대표는 조성열 전 금감원 국장이다.

 2014년 정부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4급 이상 공직자의 취업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불필요한 ‘낙하산 논란’을 차단하려면 각 기관과 기업 주요 임원들의 선임 과정에서 전문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인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각 기관과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때 후보들의 실무 능력을 엄격히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적에 따른 CEO 연임 제도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퇴직자들이 금융회사나 로펌에 영입돼 사실상의 로비스트처럼 활동하는 현실을 고려해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양성화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로비공개법’에 따르면 로비스트들은 의회 사무처에 등록하고 고객과 보수, 로비활동 등을 보고해야 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피아의 진출을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전문성 있는 인재가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한국판 로비스트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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