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태의연한 추경안으로 ‘경기 부양’ 가능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0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나눠 넣기로 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주체인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는 ‘한국판 양적완화’ 대신 추경을 통한 재정 1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 추경 재원 일부로 국가 채무를 상환하면서 실제 경기부양용 자금은 6조 원에 그치게 됐다.

추경안 편성 과정에서 정부가 선심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식의 사업을 배제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국가채무비율도 국내총생산(GDP)의 40.1%에서 39.3%로 줄어 ‘40%대 국가채무’라는 꼬리표가 떨어진다. 하지만 경기 부양이라는 목표를 이룰 만한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 없어 정부 주장대로 0.2∼0.3%포인트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최근 하향 조정한) 성장률 목표 2.8%를 달성하려는 추경인지 아무런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을 정도다.

지난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15조 원의 재정을 보강하며 “외부 충격을 극복하고 침체에서 회복으로 경제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한 5대 경제활성화 과제 및 구조개혁 방안을 담았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경제의 물줄기는 바뀌지 않았고 구조개혁도 제대로 된 게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면밀한 검토와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추경안은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정부가 산림 병해충 방제, 숲 가꾸기 공공 일자리 마련 식의 구태의연한 추경안을 내놓았으니 아직도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는 듯 더민주당은 추경안 처리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에 반영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쓰면 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심사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 뻔하다. 성격이 다른 사안을 묶어 소모전을 벌이면 추경 집행이 늦어져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물 건너갈까 걱정스럽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구조조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