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의 장애인들… 선정기준-중복사업 정비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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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인의 엄마입니다]
지적장애 딸 혼자선 등교 힘든데… “걸을수 있다” 활동보조 지원 제외

신선아 씨(74·여)는 1년 전부터 야학에 다니는 딸 정혜운 씨(48·지적장애 2급)의 등하교를 돕고 있다. 저혈압으로 한 달 전 길거리에서 쓰러질 정도로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지만 딸을 챙기는 것은 오직 엄마 신 씨의 몫이다. 남편과는 오래전 이혼해 도움을 받을 처지가 아니다.

답답한 마음에 신 씨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했었다. 그러나 평가 기관인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는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활동보조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딸이 혼자 집에 오도록 연습도 시켜봤다. 하지만 매번 길을 잃어 어쩔 수 없이 신 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딸을 마중하러 나간다.

주변을 둘러보면 신 씨처럼 필요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가정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복지사업의 두 축인 정부(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상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서비스를 중복 지원받는 사례도 많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사업이 비슷하고 그 대상 선정 기준도 겹치는 탓이다.

정부는 중복 혜택 대상자 수를 줄여 신 씨처럼 지원이 절실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해 내년 초 정부와 지자체 간 사회보장사업 통폐합을 계획 중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 간 중복된 사회보장사업은 1496개. 이 중 378개(25.2%)가 장애인 연관 사업이었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조율하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장애인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애인 지원 사업의 전체적인 틀을 짜는 일은 정부가, 지원 대상자의 형편을 따져 제공해야 하는 대인서비스는 지자체가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보장이나 고용 지원 등은 복지부가 처리하고 지자체는 각 가정의 형편에 맞는 특색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폐합은 하되 수혜 가정의 처지와 지원 사업의 성격을 감안해 ‘중복 지원’을 일부 허용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뇌병변 1급인 자녀의 엄마 김미정 씨(44)는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인 연금은 20만 원이다. 생활비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5만 원가량의 생활보조금을 중복 지원이라고 없애버리면 그게 합리적이냐”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복지#장애인#활동보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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