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현실성 없는 ‘空約’… 입법약속 32건중 4건만 지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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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144명 5대공약 분석]복지시설 건설… 철도노선 신설…
구체 財源 없이 내놓고 나몰라라… 100명은 이행 정보도 공개안해

국회의원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각종 공약을 쏟아낸다. 복지시설과 편의시설을 지역구에 새로 짓겠다고 약속하고, 철도나 지하철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식의 장밋빛 공약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다. 어떻게 이행됐는지 제대로 된 검증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19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244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핵심 공약을 분석한 결과 자신의 공약 이행 정보를 공개한 의원은 불과 144명(59%)에 불과했다. 그나마 분석이 가능한 481개 공약 가운데 제대로 이행한 공약은 69개(14.3%)에 그쳤다.

○ 말 뿐인 ‘공약(空約)’ 살펴보니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선거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선거 공약서를 작성하면서 공약 사업의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을 명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관련 조항이 없다. 표심을 자극할 만한 공약이 난무하지만 이에 대한 사후검증은 애초부터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19대 국회의원 중에서도 비현실적이거나 정치색이 짙은 공약을 내세운 경우가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재선·서울 관악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효성 없는 정치공약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초선·서울 송파갑)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따뜻한 사회 만들기’를 공약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따르는 소통과 민의 최우선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이라기보다는 이행 여부를 검증하기 어려운 일종의 ‘다짐’에 그쳤을 뿐이다.

의원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이행하기 쉬운 입법 관련 공약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 대상인 481개 공약 가운데 입법 관련 공약은 32개(6.7%)로 조사됐고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이 완료된 공약은 불과 4건(9.4%)에 그쳤다. 그나마 법안은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입법 공약이 20개(62.5%)여서 면피성 ‘시늉’은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은 입법 공약도 8건(25%)이나 됐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선거에 임박해 공약을 만들다 보니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화되지 못한 공약을 내놓은 게 대부분”이라며 “당선 이후에도 공약을 현실화하는 사업의 추진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 정치활동 홍보만 가득한 의정보고서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이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의원 홈페이지에 스스로 공개한 의정보고서를 참고하거나 의원실에서 배포한 공약이행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244명의 지역구 의원 중 144명만이 공약평가 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해 5월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 240명에게 공약 이행 현황 자료를 요구했지만 자료를 낸 의원은 161명에 그쳤다. 당시 조사에서도 이행한 공약은 12.2%에 그쳤다. 문제는 공약 중간 평가를 강제할 만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것. 4년마다 선거철이면 공약이 쏟아지지만 유권자에게는 이를 검증할 만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를 위해 동아일보는 각 의원실이 내놓은 의정보고서와 공약평가표를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상당수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활동을 홍보하는 사진으로만 가득 채운 경우도 있었다.

비교적 충실하게 의정보고서를 작성한 의원들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초선·대구 중-남)은 5대 핵심 공약별로 재원 마련 추진 상황을 정리해 공개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재선·경기 양주-동두천)도 지역별 현안 국비 사업을 항목별로 나눠 연도별 예산 확보 내용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공약 이행 여부를 평가해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선거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좌표이자 엄중한 약속”이라며 “후보자 공약이 기준 미달일 경우 유권자에게 알려 불이익을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경준 인턴기자 연세대 금속시스템공학과 4학년

김준용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공약#입법약속#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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