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탓 몹쓸병 걸려 10여년 말도 못하고”…김홍일 전 의원 별세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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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2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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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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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별세한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고문 후유증과 파키슨 병을 앓고 있었는데 최근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김홍일 전 의원의 자택 관리인은 이날 오후 4시 8분 서울 서교동 자택 안방에서 쓰러져 있는 김 전 의원을 발견해 119에 신고,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으나, 오후 5시 4분 사망판정을 받았다.

민주평화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지병을 얻어 오랜 기간 투병해왔다”며 “최근들어 병세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전라남도 목포 출신으로, 15∼17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서 굴곡을 함께 했다. 1971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으며,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공안당국으로부터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후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고, 재선의원을 지낼 무렵(2000년)부터는 파킨슨병까지 앓게 됐다. 2006년 ‘나라종금 뇌물수수 혐의’로 정치에서 물러난 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지난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극도로 수척해진 얼굴로 휠체어에 의지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간신히 '아버지'라는 말 한마디만 할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이듬해인 2010년 김 전 대통령 1주기 때 국립현충원을 찾은 이후 언론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엄혹했던 시절 고문 후유증으로 몹쓸병에 걸려 10여년을 말도 못하고 지냈다”고 안타까워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김 전 의원은 10년 넘게 투병을 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며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가슴 아파했던 것이 큰아들의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분향소를 찾은 김종식 목포시장도 “몸이 불편해 그리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하다 돌아가셔 애석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을 지근에서 모셨던 최기동 전 목포시의장은 “본인의 입장에서는 말이 전달되지 않으니 주위 사람들을 챙겨주지 못했다”면서 “DJ 장례식때 마지막으로 보았는데 초췌한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가슴 속에 따뜻했던 모습만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의 장례는 4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23일 오전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발인식이 진행된다. 장지는 광주 5·18 민주묘지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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