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공자’ 민병두 “나한테도 문자폭탄…가짜뉴스 심각”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4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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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서울 동대문을)은 14일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우리나라 역사를 바꿨으며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운동에 모범이 되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지난 2012년 5·18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1980년 당시 성균관대학교에 재학하면서 5·18 이후 서울·경기·인천 등에서 학생운동과 일련의 시위를 통해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20대 국회에서 5·18유공자는 민 의원을 비롯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 최경환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등 총 4명이다.

민 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뿐만 아니라 5·18에 대한 가짜뉴스 확산도 심각하다. 당시에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정신을 폄훼하는 이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1980년대 어디서 무슨 활동을 했나.

“당시 성균관대 대학생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죽고 굉장히 힘든 시절이었다. 1980년 군사정권에서 대학생들을 ‘문무대’(文武臺)라 불렸던 곳에서 정신교육을 시켰는데 이를 처음으로 거부하는 것부터 3월 서울의 봄이 시작됐다. 4월 총학생회를 만들었고 5월에 최초로 가두시위를 했다. 광주시민군 대표인 윤상원 열사가 중앙위원과 전민노련·전민학련을 결성했다. 신군부는 5·18 운동 이후 학생운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우리는 서울·경기·인천 등 전국을 돌면서 최초로 광주의 진상을 전파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극우단체에서 유포하는 가짜뉴스에서 5·18유공자를 ‘반란유공자’로 표현하고 있는데.

“엄혹한 시대에 헌법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처절한 희생과 헌신을 하며 노력했을 때 그 사람들은 과거에 도대체 뭘 했는가. 국가가 인정한 그 정신을 폄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짜뉴스를 보면 유공자가 전기세 감면, 유공자 자녀 취업 가산점 등 큰 특혜를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는 어떤 혜택이 있는가.

“사망자, 부상자, 구속자에 따라 혜택이 다 다를 텐데 난 기타희생자로 분류돼 ‘고궁 등 무료 이용’과 ‘보훈병원 진료비 50% 감면’ 혜택이 있다. 보상금으로 약 5000만원을 받았으나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나는 오로지 명예만 있으면 된다는 이유로 신청했다. 특히 유공자의 자제들이 대학입시에서 가산점 특혜를 받는다는 극우단체의 주장이 있는데 처음부터 응시할 때 일반인 전형과 보훈자 자격 전형 중 하나를 신청해야 한다. 보훈자 전형으로 신청할 경우 단과대학에서 1~2명 뽑기 때문에 경쟁률이 훨씬 더 세다.

-5·18 유공자는 각종 고시에서 엄청난 가산점을 받는다는 주장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많이 나돈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외무고시는 가산점이 없는 것으로 안다. 9급 시험에는 가산점이 조금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도 한 해에 1만명을 뽑으면 유공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10여명 정도라고 한다.“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여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있고, 특혜를 받기 위해서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말도 안 된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기로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지 않았나. 모두를 공개하는 것은 국가가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인 것이다. 실제로 무공수훈장을 받으신 분들 중 공개하길 원치 않는 분도 계신다. 다만 개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자유이기 때문에 난 유공자로 인정받았을 때 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가짜뉴스 확산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보는가.

”실제로 나도 문자폭탄을 많이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연금을 받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5·18 유공자들이 엄청나게 돈을 받는 줄 알고 있다. 지역구 주민도 내 친형에게 ‘민병두가 유공자든데 도대체 돈을 얼마나 받냐’고 물었다고 하더라. 가짜뉴스가 심각할 정도로 많다. 정부와 국가보훈처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거짓말의 진원지가 한국당 같은 공당이라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다.“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한국당 의원들 망언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그 당시에는 신군부랑 맞서 싸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만 했다. 5·18은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우리나라 역사를 바꿨으며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운동의 모범이 되는 역사였다. 군부는 총칼로 무장해 시민들을 무참히 탄압하고 살육했지만 거기에 맞선 시민들은 완전히 평화로운, 그 자체로 절도·강도 사건 하나 없이 오히려 완벽한 자치질서를 구현했다. 그 자체로 평화로운 질서를 내부적으로 만들었고, 단 한명의 이웃이라도 구하겠다는 공동체 정신으로 승화된,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모범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 정신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에 민주주의에 대해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고, 고뇌의 눈물 한 방울조차 흘린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역사를 모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국민적 합의를 이룬 사건에 대해 무위로 돌리려 하고 희화화하고 진영 논리로 바꾸려는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한국당 세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는데.

”오늘(14일) 설훈, 최경환 의원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실 국회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5·18시민단체가 나서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울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가짜뉴스 확산이 심해지고 있고, 유공자에 해당되는 국회의원이 다 같이 고소하는게 맞다고 판단했다.“

-80년대 해직 언론인들의 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15일 국회에서 5·18 당시 해직된 언론인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1000여명의 언론인이 당시에 사진 한 장이라도 더 담기 위해 목숨을 걸었는데 구속이 안 됐고 해직 사유가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유공자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80년도 광주에서 환자를 실어 나른 사람, 김밥을 싸준 사람 등 100만명 모두가 유공자라고 할 수 있다. 사망, 부상, 구속자만 인정을 받아 그분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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