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세금 받으러 가자 “전두환 ‘알츠하이머’라”…전 씨, 전가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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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7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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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동아일보DB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동아일보DB
서울시가 최근 체납 지방세 징수를 위해 전두환 전(前) 대통령(87)의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방문했다가 전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사람을 못 알아본다는 비서관의 말에 ‘빈손 철수’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 씨의 건강 상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6일 KBS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시 38세금징수팀(38기동팀)은 전 씨가 체납한 9억7000여만 원의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그의 집을 방문했지만 비서관이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만류하며 막아 서 당사자를 만나지도 못한 채 철수했다.

서울시 38세금총괄팀 관계자는 7일 동아닷컴에 “전 씨의 비서관과 경호원이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만류하며 막고 있어 전 씨를 만나보지도 못한 채 철수했다”면서 “당시 병력 진단서, 소견서 등은 직접 보지는 못했고, 전 씨 측에서 차후에 연락을 주기로 했다. 현재는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징수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경호원이 막고 있는 상황에서 진입할 수는 없었다. 내년까지 전 씨 사저 경비 인력(경찰청 소속)이 완전히 철수한다. 그런 것들을 감안해 징수시기를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금까지 전 씨가 내지 않은 체납액은 9억7000여만 원에 이른다. 이는 서대문구 내 체납액 중 1위다. 또한 주민세 6170원을 2014년에 이어 올해도 내지 않았다. 이 밖에도 전 씨는 추징금 등 국세 31억 원도 체납했다.

앞서 전 씨 부인 이순자 씨는 지난 8월 전 씨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3권 분량의 ‘전두환 회고록’을 발간한 전 씨는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 등의 표현을 해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전 씨는 지난 8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첫 형사재판에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병환 관련 진단서와 소견서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재판 전날 이 씨는 전 씨가 2013년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아 재판에 갈 수 없다고 했다. 병환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져 법정 진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전 전 대통령이 옥중 단식으로 인한 후유증, 검찰의 압수수색과 재산 압류 등에 따른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당수의 네티즌은 “거짓말이다” “불리하니까 머릿속이 지워지는 건가” “저걸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앓았는데 2017년에 회고록 출간했네. 말도 안 된다” “우롱하냐” 등의 의견을 보이며 비난했다.

국민적 공분이 일자 전 씨 측 변호인은 “회고록은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앓기 전부터 쓴 것이고, 증세가 심각해지자 집필을 서둘러 마치고 출간했다”면서 “2013년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기 훨씬 전부터 관련 증세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씨의 핵심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논란이 불거진 지난 8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논란이 된 고 조비오 신부 관련 문구에 관해 이 표현 자체는 회고록 퇴고 작업 중에 내가 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전 씨가 2013년 회고록의 마무리를 부탁했다며 “퇴고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두둔했다.

공교롭게도 전 씨 측은 지난 8월에 이어 또 어려움이 닥치자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위기를 피해갔다. 이에 진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게 맞느냐며 의심하는 이가 많다.

38세금징수팀의 빈손 철수 관련 기사 댓글 등에는 “진짜 알츠하이머 걸렸다고? 핑계대지마” “뭐만 터지면 아프다고 해 다들”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 씨 측은 알츠하이머 투병을 입증할 자료를 공개한 적이 없다. 진실은 뭘까.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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