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장은 부인 정규직 돌리고 명단에선 빼… 직위해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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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公 요지경 정규직 전환
자녀 등 친인척 108명 채용… 통진당 출신 2명도 포함돼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17일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초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한 무기계약직 직원 가운데 기존 직원의 가족과 친인척이 대거 포함된 데 대해 “이번 사태는 조직적·계획적 인사채용 범죄”라고 규정했다.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 숨진 김모 씨(당시 19세)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시행된 정규직 전환을 서울교통공사 임직원들이 악용했다는 것.

한국당 유민봉 의원실이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 현황’에 따르면 올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108명은 서울교통공사 재직자의 친인척이었다. 직원 자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형제, 남매, 삼촌, 배우자, 형수, 며느리, 6촌 등이었다.

지난해 10월 유 의원은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무기계약직 입사자 중에는 정규직으로 쉽게 전환될 거라는 내부정보를 알고 들어온 경우가 많다”며 ‘채용 알박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초 실태 파악에 나서자 서울지하철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설문에 응하지 말라”며 조사를 방해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전체 직원의 11.2%인 1600명가량만 조사에 응한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 전환자 중 기존 재직자의 친인척은 이번 조사 결과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규직 전환자에는 안전문 개·보수 담당 계약직으로 입사한 옛 통합진보당 홍보부장 출신 임모 씨와 옛 통진당 서울 광진구 구의원 출마자 정모 씨가 포함됐다. 김 총장은 “두 사람은 정규직 전환 자격시험을 거부하자며 시험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가 노사 협상 때 사측에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정규직 전환을 총괄한 김모 인사처장의 아내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도 공개했다. 김 총장은 “김 처장의 아내는 무기계약직인 회사 식당 찬모였다가 정규직이 됐다. 김 처장은 정규직 전환자 108명 명단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아내 이름을 뺐다”고 밝혔다.

이날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사과문을 내고 문제가 된 김 처장을 직위해제했다. 김 사장은 사과문에서 “김 처장의 배우자가 명단 공개에서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자체 감사를 통해 고의 누락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사장은 “김 처장의 배우자는 2001년 5월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됐다”며 김 처장이 부인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의도로 미리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장관석 jks@donga.com·권기범 기자
#서울교통공사#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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