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김영남에 눈길도 주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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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 만찬장 5분만에 떠나… 靑 “美선수단과 만찬, 사전 고지”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이 열린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 2층. 주최국 대표인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5시 17분부터 리셉션장 앞에서 개회식에 참석한 외국 정상급 인사들을 악수로 맞으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환히 웃는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만찬장에 입장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기념촬영이 끝난 오후 5시 53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분 가까이 기다리다가 오후 6시 11분 만찬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의 옆자리에는 펜스 부통령 부부의 명패가 놓여 있었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만찬장에 들어선 직후에야 행사장에 나타났다. 만찬장에서 문 대통령과 김영남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만 따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7일 일본에서 회담을 가진 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한번 끈끈한 미일 공조를 과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리셉션 환영사를 마치고 잠시 만찬장을 빠져나와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있는 다른 방으로 이동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만찬장으로 안내했다.

아베 총리는 곧바로 만찬장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자리에 앉지 않고 다른 해외 정상들과 악수를 한 뒤 5분 만에 만찬장을 빠져나갔다.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과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개회식 자리에서도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은 한마디 대화도 하지 않았고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의 리셉션 보이콧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등장 이후 첫 북-미 고위급 대표의 의미 있는 회동은 무산됐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펜스 부통령은 처음부터 미국 선수단과의 만찬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리 측은 만찬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최종 순간까지 좌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 측은 리셉션에서 북-미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자 정부에 불참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은 한미일 기념촬영 후 돌아가려 했지만 문 대통령이 ‘인사는 하고 가라’고 권유해 만찬장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북-미 회동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끝까지 설득했는데도 펜스 부통령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5분 만에 행사장을 떠나는 등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평창올림픽#개회식#김영남#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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