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 들고 11년만에 공동입장… 바흐 “강력한 평화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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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개회식
축제 의미 더한 남북선수단 입장
한반도기 등장하자 관중석 술렁… 관객들 일제히 일어나 박수 환호
문재인 대통령 “30년만에 화합의 장”… 北응원단도 “통일조국” 외치며 반겨

남북 공동입장 한국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앞줄 오른쪽)과 북한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황충금이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공동 기수로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입장하고 있다. 평창=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남북 공동입장 한국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앞줄 오른쪽)과 북한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황충금이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공동 기수로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입장하고 있다. 평창=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아리랑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한국 원윤종(33·남자 봅슬레이)과 북한 황충금(23·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맞잡은 ‘한반도기’가 나타나자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남북녀(南男北女)’ 기수를 따라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행진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3만5000여 명의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남북 선수들이 ‘코리아’란 이름으로 공동 입장하기 전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흐뭇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이들을 환영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었다.

9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이뤄진 남북 공동 입장은 ‘눈과 얼음의 축제’ 겨울올림픽에 평화의 의미를 더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남북한 선수들의 국제 스포츠 대회 공동 입장은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 이후 11년 만이자 역대 10번째다.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린 평창 올림픽은 이로써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한 선수들은 92개 참가국 가운데 마지막인 91번째로 입장했다. 이번 대회 출전국은 92개국이지만 남북한이 하나가 돼 입장하면서 91번째가 됐다. 이날 공동 입장에는 우리나라 선수단 147명(선수, 임원 포함), 북한 선수단 50여 명 등 약 200명이 참가했다.

“안녕하세요, 평창”이라는 한국말로 개회식 연설의 말문을 연 바흐 위원장은 “통합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는 오늘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공동 입장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은 한국말로 “자원봉사자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전해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에서 처음 출전한 난민팀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평창에서 남북한 선수들은 전 세계에 또 한번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에 이어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제23회 동계올림픽 대회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회를 선언합니다”라고 17일간의 겨울 스포츠 축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기자단에 보낸 인사말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냉전의 벽을 허물고 동서 화합의 장을 열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마음을 담아 평창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회식을 찾은 북한 응원단은 “통일 조국” 등을 외치며 연신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공동 입장 시 흘러나온 아리랑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경기 부천에서 개회식을 찾은 장은진 씨(21)는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입장할 때 뭉클하면서도 감격스러웠다.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발전해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라 머리 감독(캐나다)이 이끄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35명은 이날 개회식에 모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단일팀의 한국 박종아와 북한 정수현은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나서 의미를 더했다.

평창=이헌재 uni@donga.com·최지선 기자
#평창올림픽#개회식#남북선수단#공동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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