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두중량 확대’ 다음 카드는… 北SLBM 잡을 핵추진 잠수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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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SLBM 사전포착 힘들고 요격 한계… 문재인 대통령, 대선때 핵잠 필요성 거론
북핵 억지위한 킬체인 강화 효과… 개발능력 갖춰… 美-中 설득이 관건
문재인 대통령, 탄두중량 확대 언급하자 트럼프 바로 “OK”… 우리측 놀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 확대(500kg→1t)를 미국에 요청한 문재인 정부의 ‘다음 카드’가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핵 도발을 억지하는 압도적 군사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대북 국방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 北 SLBM 도발하면 핵잠 도입론 급부상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비롯해 신형 미사일을 잇달아 쏴 올렸다. 최근에는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징후까지 포착됐다. 김정은이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신형 SLB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이 또다시 SLBM 도발을 한다면 국내에선 ‘핵잠 보유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핵 탑재 SLBM은 ‘궁극의 핵무기’로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하다. 수중에서 기습 발사돼 사전 포착이 힘들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요격에 한계가 있다.

군 관계자는 “이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정부가 미국 정부와 핵잠 도입을 본격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취임 전인 4월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핵추진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당선되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핵잠건조사업(일명 362사업)에 주요 실무자로 참여했다.

핵잠은 은밀성과 공격력에서 재래식잠수함을 압도한다. 재래식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용 산소 공급을 위해 수시로 물 위로 부상(浮上)해야 해 적에게 들킬 위험이 높고 최대 수중작전 가능 기간도 2주가량에 그친다. 핵잠은 사실상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하고, 속도도 디젤잠수함보다 3배가량 빠르다. SLBM을 실은 북 잠수함을 장시간 감시추적하고, 유사시 김정은 지휘부 등 전략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다. 북핵 억지를 위한 킬체인(Kill Chain) 능력이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2020년대 중반에 배치되는 3000t 잠수함 3척을 핵잠으로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은 핵잠용 소형 원자로 개발능력을 갖췄고,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돼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핵잠 연료로 쓰임)도 가능하다.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 등 주변국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군 당국자는 “북핵 위협이 용납하기 힘든 사태로 전개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의 핵잠 필요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 탄두중량 확대 막전막후

“오케이. 와이 낫(Why not·안 될 게 뭐야).”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 자리, 문 대통령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중량의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몇 초 만에 흔쾌히 ‘오케이’라고 호응한 뒤 즉석에서 논의하자고 화답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탄두중량 확대는 회담 공식의제가 아니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는 시도하되 ‘강한 안보’에 대한 의지 관철을 위한 카드로 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ICBM용으로 추정되는 로켓엔진시험을 한 게 문 대통령이 결심을 굳힌 계기”라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을 열 대 때리고 싶지만 우린 한 대만 맞아도 상처가 커져 못 때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한 ‘공감 전략’으로 대화를 풀어나간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 등으로 인한 ‘김정은 스트레스’를 토로하자 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탄두중량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회담에 참석한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제안을 시원하게 받아들여 우리가 더 놀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잘 고려하면 향후 우리가 챙길 것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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