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찬욱]“혈세 낭비” 민심 외면한 국회사무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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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욱·정치부
송찬욱·정치부
25일 오후 4시 29분 국회사무처는 ‘의원실 컴퓨터 일괄 교체 보도에 대한 국회사무처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아침 동아일보가 보도한 ‘멀쩡한 컴퓨터 3000대 몽땅 바꾸는 20대 국회’ 기사에 대한 해명이었다.

본보 보도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만 댓글이 8000개 넘게 달렸다. “국회가 혈세를 이렇게 낭비해도 되느냐” “신청하는 의원실에만 교체해 주면 되지 않느냐”, “나는 5년 전 32만 원 주고 산 중고PC로 온종일 업무를 하고 있다”는 등 지적이 이어졌다.

사무처는 기자가 전날 의원회관 컴퓨터를 교체한 이유를 묻자 “6년이 지나 교체 대상이 됐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이날 보도자료에는 “외부 사이버 침해 공격에 대한 보안성 강화”라는 설명이 추가됐다. 담당인 입법정보화담당관실에 전화했지만 “담당자들이 보도 내용에 대해 회의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30분 뒤 입법정보화담당관실은 “미디어담당관실에서 대응하기로 했다”며 ‘공’을 다른 부서로 넘겼다. 미디어담당관실은 “해당 부서에 확인해 보겠다”고 한 뒤 저녁 늦게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하루 만에 뒤집힌 설명도 있다. 전날 본보는 사무처에서 “의원실마다 프린터 5대, 노트북 1대를 교체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날 사무처는 “프린터 3대와 노트북 1대는 기존 장비를 수리해 재사용할 계획”이라고 말을 바꿨다.

담당 부서가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사무처는 보도자료에서 “벽지 교체를 원하지 않는 의원실의 경우 도배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담당 부서인 관리국에 문의하자 “내용을 잘 몰라 파악해야 한다”고 얼버무렸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국회가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를 거쳐서 편성되고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매년 받고 있다”고 원론적인 해명만 내놨다.

국회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다. 단지 교체 시기가 됐다는 이유로 혈세 수십억 원을 들여 멀쩡한 컴퓨터와 책상을 싹 바꾸는 걸 납득할 국민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송찬욱·정치부 song@donga.com
#국회사무처#혈세#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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