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시대냐” 당내 비난 쏟아져… 상처만 더 커진 새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3자 회담으로 갈등 봉합되나 했더니…

새누리당이 그야말로 난맥상에 빠졌다. 매듭 하나가 풀린 듯하면 다시 꼬이는 ‘내홍의 도돌이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4일 당내 양 계파의 좌장인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최경환 의원을 만나 당 쇄신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 친박계의 반발로 혁신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 인선안이 좌초된 뒤 그는 양 계파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였다. ‘3인 회동’에선 △혁신형 비대위 구성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로의 전환 등에 의견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양 계파의 지원 속에 비대위 출범에 속도를 내나 싶었다.

하지만 25일 예상과 달리 당내 반발이 거셌다. ‘3인 회동’을 두고 “3김 시대냐”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은 ‘합의’에서 한발 뺐다. 정 원내대표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비를 걸면 안 된다”고 맞섰지만 리더십엔 또 한 번 생채기가 났다. 구심점 없는 정당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합의 아닌 의견 교환”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그는 ‘3인 회동’을 두고 “합의를 본 게 아니라 의견 교환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30, 31일) 의원총회를 열어 치열한 토론을 벌이겠다”고 했다. ‘3인이 합의하면 끝나는 것이냐’는 당내 반발을 의식한 조치다.

이에 앞서 정우택 의원은 “친박, 비박 얘기를 하지 말자고 한 정 원내대표가 (총선 참패 뒤)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앞으로의 문제를 협의했다는 것은 어이없는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태경 의원은 “계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최종 해법이 나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당내 반발은 대권을 노리는 김 전 대표와 당권을 장악하려는 최 의원이 ‘서로 원하는 조건’을 ‘바터(교환)’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에 합의해 대표의 위상을 높여주고,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완화해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재기를 돕는 ‘밀약’이 오갔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3자 회동에서 대권의) 대 자도, (당권의) 당 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강력 부인했다. 이어 “계파 갈등 문제를 극복하는 데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어제 모임의 방점”이라고 강조했다.


○ “만인 대 만인의 투쟁”

김 전 대표는 3인 회동에 대한 비판이 일자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의견 교환을 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입장 자료를 냈다. 그는 주변에 “(나는) 대표성도 없고, 합의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저 정 원내대표의 자문에 응했고, 서로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 의원 측도 말을 아꼈다.

3인 회동조차 내홍 수습의 전환점이 되지 못하면서 새누리당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인사는 “정 원내대표가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영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질적 대주주나 대선주자가 아니고선 현 상황을 수습할 정치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당 쇄신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없애 대선주자가 직접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김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들이 전대에 나올 것이냐는 점이다. 차기 지도부는 내년 재·보궐선거 성적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정 원내대표는 “쇄신의 출발은 계파주의의 해소”라고 강조했지만 원 지사는 “단순히 계파, 인물, 정해진 절차를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가 “어느 지사님(안희정 충남지사)은 축구선수도 됐다가 불펜투수도 됐다가 하는데 원 지사는 어디 종목이냐”고 묻자 원 지사는 “우리는 앉아서 천리를 본다. ‘천리통’”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새누리당#3자회담#정진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