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자본주의에 ‘착한 기업’ 가능할까… 두 거장 ‘세기의 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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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마이클 포터-마이클 샌델 교수, 12월 3일 75분간 논쟁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또 기업과 정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경영전략가와 정치철학자가 한국에서 ‘세기의 토론’을 벌인다.

주인공은 ‘경영학의 구루’로 꼽히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정치철학의 제왕’으로 불리는 같은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 이들은 다음 달 3, 4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국내 최고의 경영포럼인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일 예정이다.

‘두 마이클’은 포럼 첫날인 3일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의 사회로 열리는 토론에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치유할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진단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한다. 두 거장(巨匠)이 국내에서 토론 대결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빅 이벤트’다.

○ 두 마이클, 세기의 토론을 펼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각 분야 최고의 석학으로 하버드대의 종신 교수라는 점뿐 아니라 이름까지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
마이클 포터 교수
포터 교수는 26세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된 뒤 35세에 최연소로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았다. 그는 ‘경쟁전략’(1980년) ‘경쟁우위‘(1985년)를 잇달아 출간하며 현대 경영학의 핵심과목인 경영전략의 체계를 세워 ‘경영전략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1996년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논문을 통해 “전략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으며, 이 논문은 아직까지도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필수교재로 쓰인다.

마이클 샌델 교수
마이클 샌델 교수
샌델 교수 역시 27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된 뒤 줄곧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정의’ 수업은 1만여 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수강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미국정치학회는 2008년 그를 최고의 교수로 선정한 바 있다. 샌델 교수는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국내외에서 ‘정의 열풍’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국내에서 2010년 번역돼 인문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5년간 120만여 부가 팔려나갔다. 이후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왜 도덕인가’ ‘정의의 한계’ 등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 자본주의의 역할에 대한 팽팽한 대결

두 사람은 이렇듯 ‘닮은꼴 경력’을 지녔지만, 자본주의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는 미묘하게 상반된 견해를 피력한다. 지난해 글로벌 지식강연인 ‘테드(TED)’에서 맞붙은 토론이 대표적이다.

“샌델 교수는 공공의 영역과 시장을 분리하려는 실수를 했어요. 민간시장과 공공의 영역은 양립할 수 있습니다.”(포터 교수)

“저는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돈 주고 못 사는 게 거의 없는 세상에서 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되찾자는 것입니다.”(샌델 교수)

두 사람은 토론에서 이처럼 팽팽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며 TED 관람객들을 긴장시켰다.

포터 교수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이 본원적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샌델 교수는 현재의 사회를 인간관계, 건강, 교육, 정치, 법 등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시장사회(market society)’라고 규정하고 “돈의 거래 대상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는 가치를 테두리 쳐 시장사회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포터 교수는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문제 해결은 상충관계가 아니다”라며 “시장과 사회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맞받아쳤었던 것이다.

7분 동안 진행된 이 TED 토론은 결과적으로 ‘전초전’이었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에서는 75분간 두 석학이 기업과 자본주의의 역할에 대해 본격적으로 날선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동아비즈니스포럼#착한 기업#마이클 포터#마이클 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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