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의 사회 영향력 행사는 美대법원의 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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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여성 인권 보호 앞장… 美 긴즈버그 대법관 방한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강한 전통이고 연방대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국가를 유지해 왔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82)은 3일 서울 중구 정동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대사관 주최 만찬에 참석해 ‘선출된 권력이 아닌 대법관이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한가’란 질문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그동안 소수자나 여성 인권 보호에 앞장서는 판결을 해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군사학교에 남자만 입학하도록 한 미국 버지니아 주 정책에 대해 1996년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고, 1999년엔 장애인에게도 지역사회에서 특정 시설 등에 격리되지 않고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고 판결했다. 최근엔 낙태 시술 금지법에 반대 의견을 냈고, 대학 입학 전형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만찬에는 권순일 김소영 등 대법관 3명이 참석했고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내 최초 여성 대법관이었다. 권 대법관은 축사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이 과거 미국 대학에서 (저의) 스승이었고 (한국) 법관 등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권 대법관, 김 대법관, 송 전 소장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제자로 알려졌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67·사법연수원 2기)과 만나 한미 양국의 사법제도를 주제로 2시간 넘게 환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소수자 보호와 인권 수호를 위한 사법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한 긴즈버그 대법관은 19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직후 대법관에 발탁돼 23년째 재직 중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긴즈버그#대법관#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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