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위크 나온 의상, 5시간후 서울서 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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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도 ‘디지털 시대’ 변신
신상품 나오면 곧바로 구매 가능케… 빨라진 사이클, 소비자 반응도 좋아

20일(현지 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버버리’ 2월 컬렉션에 참석한 배우 송혜교. 그가 입은 옷도 컬렉션 직후 판매가 시작됐다. 버버리 제공
20일(현지 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버버리’ 2월 컬렉션에 참석한 배우 송혜교. 그가 입은 옷도 컬렉션 직후 판매가 시작됐다. 버버리 제공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버버리’ 플래그십스토어 매장은 전날과 달랐다. 매장의 윈도 커튼을 젖히자 진열된 옷, 가방, 스카프가 모조리 바뀌어 있었다. 불과 5시간 전 영국 런던 패션위크에 공개된 신제품으로 모두 교체됐다. 컬렉션 런웨이가 나가기 전에 옷이 공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커튼을 쳐놓고 밤새 작업해 놓은 것이다.

최근 패션업계의 판매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요 패션위크 런웨이 컬렉션은 첫선을 보이고 난 뒤 4∼6개월 뒤에야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가전박람회처럼 한 계절 앞서 신제품을 선보인 뒤 언론과 바이어의 반응을 살피고 상품기획을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버버리가 패션계에 ‘폭탄선언’을 했다. 디지털 시대에 쇼가 끝나고 고객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곧바로 살 수 있는 ‘스트레이트 투 컨슈머(straight to consumer)’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톰 포드’ ‘랄프로렌’ ‘토미 힐피거’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올해 마이클 코어스는 한발 더 나아가 소셜미디어 스타들과 손잡고 ‘스트릿 스타일 쇼퍼’ 시스템을 선보였다. 파워블로거 등이 미국 뉴욕 패션위크의 마이클 코어스 패션쇼에 신상품 옷을 입고 참석한 뒤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소비자들은 이와 연동된 웹 사이트에서 곧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변화의 계기는 디지털이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런던, 파리, 뉴욕에서 열리는 패션위크를 실시간으로 보게 됐다. 보자마자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전 세계 유통업체들도 굳이 비행기를 타고 패션 도시에 가지 않아도 신제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버버리는 디지털 카탈로그를 통해 직접 옷을 보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신제품을 발표하고 판매하기까지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실험 단계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이날 버버리의 런던 컬렉션 신제품에 관심을 갖고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토미 힐피거가 미국 뉴욕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뒤 곧바로 판매하자 쇼 직후 48시간 동안 홈페이지 방문객이 900% 늘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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